송광민. ⓒ노진주 기자
[스포츠한국 잠실=노진주 기자] 송광민(한화 이글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북받쳐 오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할 때의 떨림이었다. 결국 그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이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역전 적시타를 친 기쁨도 올 시즌 후 김태균(한화)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지 못했다.

한화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혈투 끝에 7-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2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는 한화(94패)는 KBO리그 역대 최다패 타이기록(97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막판에 터진 송광민의 역전 적시타 덕분이었다.

6-6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11회초, LG는 선두타자 노수광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노수광은 후속 김민하의 희생번트에 힘입어 2루까지 진루. 노시환은 삼진 아웃됐지만, 반즈가 고의4구로 출루하며 2사 1,2루 찬스가 됐다.

송광민 ⓒAFPBBNews = News1
이때 송광민이 불방망이를 뽐냈다. 상대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우측으로 뻗어가는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길었던 이날 경기를 끝내고, 불명예스러운 기록 앞에서 한화를 구해낸 송광민이다. 경기 후 그는 “찬스를 만들어준 선수들 덕분”이라며 주변으로 공을 돌렸다.

하지만 송광민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10년이 넘은 세월을 한화에서 동고동락했던 김태균의 은퇴 소식을 회상하면서부터다. 그는 “아침에 기사를 통해 태균이 형의 은퇴 소식을 알았다. 울컥하는 마음이 들더라. 그리고 착잡했다. 존경하는 선배라서 그런지 더 슬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태균의 은퇴 소식을 접한 날엔 유독 출근길이 길게 느껴졌다는 송광민. 그는 “야구장으로 향하는 길이 처음으로 멀게 느껴지더라”라고 반복해 말했다. 그리고 그의 눈가에는 순식간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김태균에게 “존경하는 부분도 많다. 형이 떠나는 순간 후배로서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진심이 담긴 말을 건넸다.

야구선수는 때론 가족보다 동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매일같이 인사하고 밥 먹고, 운동하는 사이에 생기는 끈끈한 우정은 극적인 역전 만루포와도 감히 견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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