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택 KBO총재 내정자

지난 13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사장단회의)에서 차기 총재 추천을 받은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이번주내 10개 구단주들의 서면결의를 통해 제23대 총재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택 총재의 출범’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째, 총재 내정자가 언론으로부터 흔들림을 당한 건 처음이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라도 언론으로부터 사전에 비판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정 전 부회장은 총재로 추천받은 다음날 여러 언론으로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상시국을 풀어나갈 적임자인지 우려하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총재 내정자가 내년 1월 취임사에서 프로야구 산업 활성화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또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남은 2개월 동안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해야할 숙제다.

두 번째는 커미셔너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염려다. 역대 총재로 기업인 출신이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12~14대), 구본능 희성그룹회장(19~21대) 두명이 있었는데 부회장 출신은 처음이다. 부회장은 오너가 아니므로 위상이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

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친정’의 형편을 살펴야 할 수도 있고, 자신을 천거한 사장들의 어떤 사안에 대한 합의를 거스를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궁금증이다.

무관중경기로 인해 운영자금이 반토막난 각 구단들이 순수 야구발전에만 쓰도록 돼 있는 400억원 KBO 기금을 훼손시킬 경우, 어떤 뚝심과 결단력으로 물리칠지도 관심거리다.

‘야구계의 천덕꾸러기’인 키움 히어로즈에 대해 전임 총재들처럼 안일하게 대응할지도 걱정스런 부분이다.

야구인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KBO 조직의 붕괴다. 총재 내정자가 소문대로 취임후 두산 베어스의 고위 간부인 K씨를 사무총장으로 선임한다면 KBO 조직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 R사무총장과 그의 동기인 두명의 간부가 같이 사퇴를 한다면 ‘조직의 공백’이 오래 갈 수 있다(물론 R총장 혼자 사퇴할 수 있지만).

KBO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프로농구나 프로배구 연맹의 경우 수장(首長)이 바뀔 때 그 수장과 친분이 있는 이를 사무총장으로 외부에서 데려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KBO에서는 그간 총재와 사무총장이 ‘한팀’으로 영입된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KBO 조직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시기가 됐지만 이런 인위적인 상황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총재-사무총장-사장단중 최연장자’ 등 두산 일색의 행정이 펼쳐진다면 프로야구계는 엄청난 내홍에 시달릴 수 있다.

국회의장이 당적을 초월해 바른 의정을 펼쳐야 하듯 정 총재 내정자도 사심없는 행정으로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계의 구세주가 되길 기대해 본다.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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