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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손혁(47) 감독이 충격 사퇴를 했다. 여러 가지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다.

키움은 8일 “손혁 감독이 지난 7일 고척 NC전 종료 후 김치현 단장과 면담을 갖고 감독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라면서 “구단은 내부 논의를 거쳐 8일 손 감독의 자진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최근 성적 부진’이다. 손혁 감독은 구단을 통해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라면서 “기대한 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 기대가 많았을 팬들께 죄송하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기와 구단의 결정들이 모두 파격적이다. 지난 시즌 팀을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려 놓은 장정석 감독과 결별하며 충격을 안겼던 키움은 또 상위 성적을 내놓은 감독과 결별하는 충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코로나19라는 변수, 그리고 윤영삼의 불화 및 성추행 파문, 박병호의 부상 등 숱한 내홍을 겪고도 팀을 상위권에 올려 놓은 손혁 감독과 결별했다.

시기도 충격적이다. 정규시즌 리그를 불과 12경기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 그것도 2위 KT와 4위 LG와 한 경기 차로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사퇴 결정이라 충격적이다. 또 1위 NC와의 경기를 앞두고 나온 결정이라 더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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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치현 키움 단장은 손 감독의 자진 사퇴 발표가 있은 후 “객관적인 수치를 보면 (성적 부진이라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가는 게) 맞는데, 감독님은 다르게 느끼신 것 같다”면서 “기대치가 다르다. 처음 시작할 때 모든 여론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기대치가 달랐다. 그에 따른 차이에서 나온 말씀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손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취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기에 의혹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은 지난 시즌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손 감독을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했다. 현재 키움 구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은 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아닌 허민 이사회 의장이다.

허 의장의 최측근이 바로 하송 대표이사다. 장 전 감독과의 재계약 불발과 손 감독의 선임 과정에 손 감독과 친분이 있는 허 의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풀이돼 왔다.

김 단장은 "손 감독님이 저와 만난 뒤 (하송) 사장님과 2번 만났다. 손 감독님이 (허민) 의장님에게도 전화 드린다고 하셨다"고 말할 정도로 손 감독과 허 의장, 하 대표 셋은 서로 각별한 사이다.

키움은 손 감독의 남은 연봉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이 역시 ‘자진 사퇴가 맞는지’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김 단장은 "잔여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실 올 시즌 정말 감사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 번도 불평불만을 말씀하지 않으셨다"며 "감사 표시로라도 꼭 그렇게 해드려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사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다. 내년 연봉까지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감독에게 연봉 보존을 해준다는 것은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김 단장은 이와 관련해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라서 이유를 댈 수 없다. 감독님과 인연도 오래됐고, 야구관이 맞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결정은 이렇게 됐지만, 서로 미안하고 아쉬웠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밖에서 보자고 이야기도 했다. 변명할 내용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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