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왕국'의 재건을 꿈꾸는 롯데. 코칭스태프의 섬세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경기가 끝난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롯데 선수단.
7위 롯데는 5위 두산과 28일 현재 4경기차로 힘겹게 5강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년을 생각하며 ‘풍년가(豊年歌)’를 부르고 있다.

지난 21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초고교급 좌완 투수인 강릉고 김진욱을 1차로 뽑은 데 이어 3~10라운드 지명권 8장을 모두 투수 선발하는데 사용해 희망찬 미래를 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히 투수 왕국 재현을 꿈꿀 만하다. 하지만 상상이 현실로 이어질까?

롯데는 1982년 출범후 故 최동원, 윤학길, 염종석, 주형광, 손민한 등 내로라하는 투수들을 키워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속빈 강정’이다.

2005년 손민한(18승) 이후 15시즌 동안 15승 (이상) 투수를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걸출한 좌완 투수도 배출하지 못해 프로 원년 6개팀중 역대 좌완 최소 승수(423승)를 기록하고 있다. 1994년 1군에 데뷔한 한화(598승)에도 한참 못미친다.

2011년 김사율이 구원 보직을 맡을 때까지 원년부터 마무리투수 없이 29년을 버텼다. 1992년 이후 무려 28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롯데는 올해 상동 퓨처스 팀내 투수 육성 매뉴얼을 새롭게 가동해 ‘기대주’를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쓸만한 투수를 만들어내지 못한 팀의 흑(黑)역사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가깝게 서준원을 예로 들자. 서준원은 2018년 경남고 3년 때 사이드암스로 투수치고는 무척 빠른 최고 시속 152km의 강속구를 던져 초고교급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2018년 7위에 그친 롯데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2019년 서준원이 입단하자마자 바로 1군에 투입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4승 11패 자책점 5.47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서준원은 올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시즌 경기의 81%를 치른 28일 현재 7승 6패 자책점 5.20으로 평범한 투수에 그치고 있다.

고교 최고라 해도 프로에 입단하면 배우고 다듬을 게 많다. 포수와의 사인 교환, 타자와의 머리싸움, 볼배합 요령, 새 변화구 익히기, 주자 견제, 수비 훈련 등을 2군에서 1년간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 프로 입단후 스프링캠프에서 40일 정도 훈련을 거쳐서는 10승 투수로 도약하기 어렵다. 서준원은 최소 100승 투수인데도 팀의 조급증으로 인해 그저 그런 투수로 10년 가까이 활동하다 은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해 롯데 입단을 앞두고 있는 강릉고 투수 김진욱. 고교 최고투수의 명성을 프로에서도 이어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을 김진욱도 서준원의 뒤를 밟을 공산이 크다. 김진욱은 고교 2년 때인 지난해 11승 1패 자책점 1.58로 명예로운 ‘최동원상’을 받았고 올해는 4승 1패 자책점 1.70을 기록하며 강원도 고교야구 사상 전국대회 첫 제패(대통령배)의 금자탑을 쌓았다.

문제는 김진욱 역시 서준원처럼 내년 시즌 개막과 더불어 1군으로 직행한다는 것. 벌써부터 성민규 단장은 “1군에 바로 통하는 투수”라며 큰 기대를 밝히고 있다.

올해 만약 롯데가 5강 진출에 실패하면 내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김진욱을 1군 즉시전력감으로 쓸 것은 보나마나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롯데 흑역사 하나. 1991년 8월 어느 날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를 위해 민제영 사장실에 들어갔다. 민사장은 2군 투수 한명을 불러놓고 투구폼을 가르치고 있었다.

민사장 손에는 일본 투수교본이 들려 있었는데, 당시 “사장이 오죽 답답하면 투수 코치를 믿지 못해 선수를 직접 방으로 부를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참에 롯데 코칭스태프가 대오각성할 게 하나 있다. 외야수 손아섭은 2016년 도루 42개(2위)를 기록할 정도로 날쌘 선수다.

하지만 손아섭의 뛰는 폼을 보라. 러닝의 기본은 양 엄지손가락을 눈을 찌르듯이 하는 건데 손아섭은 이와 반대로, 달리면서 양팔을 옆으로 휘젓는다.

누가 봐도 이상한데, 손아섭이 입단한 2007년 이후 롯데 코칭스태프중 누구도 이걸 지적하지 않고 있다. 손아섭이 러닝폼을 수정하면 100m 달리기에서 무려 1초 가까이 단축해 한해 도루를 10개 이상 더 늘릴 수 있다는 게 육상 전문가의 견해.

롯데 감독및 1,2군 코치들의 더많은 노력과 정진하는 자세를 기대해본다.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