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가 두달 넘게 이어지며 이젠 ‘텅빈 관중석’이 일상이 되다시피 됐지만 곧 닥칠 프로야구 재난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현재 일부 구단은 운영비 부족으로 은행 대출을 받고 있다고 한다. 모기업의 재정 상황도 안 좋으니 각종 협찬이 크게 줄어 내년 시즌엔 각종 운영비와 경상비 삭감에다 선수단 연봉에 악영향을 미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FA(자유계약선수)는 된서리를 맞을 게 틀림없고 아주 좋은 성적을 내지 않는 한 연봉 50% 이상 인상은 꿈도 못꿀 처지다. 선수들의 불만은 부상 기피를 위해 몸을 사리거나 기량 저하로 이어져 경기 수준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관중 급감으로 이어질 건 보나마나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므로 내년 상황은 일단 제쳐두고 현재의 처지를 살펴보자. 페넌트레이스 일정의 40%쯤을 치른 13일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각팀의 열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9,10위는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어 관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9위 SK는 18승 40패(0.310)로 8위 롯데(27승 29패)에 10게임을 뒤져 있고 10위 한화(15승 43패. 0.259)는 롯데와의 승차가 13경기다.

SK와 한화는 외국인 선수가 갑자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거나 예상치 못한 퓨처스리그 유망주가 튀어나오지 않는 한 시즌끝까지 9,10위에 머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 상태라면 한화는 2002년 롯데(0.265)이후 18년만에 2할대 승률을 기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 역시 2할대 승률 하락의 위협을 받고 있다. 한화보다 조건이 더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양팀은 나란히 감독대행 체제이지만 한화는 정식 감독 임명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이나 SK는 박경완 수석코치의 ‘한시적 대행 체제’이다. 염경엽 감독이 건강을 회복하게 될 9월초까지만 지휘봉을 잡기 때문이다.

‘한시적 대행 체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어 전력을 응집시키기가 어려우므로 SK의 8위 도약은 매우 힘들어 보인다. SK는 병상의 염감독 거취를 결정할 수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하위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달 14일 경기 뒤 ‘한화 이글스 임직원 일동’의 팬 사과문을 내고 “긴 18연패를 벗어났으나 그동안 부진에 대해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길 없다”며 “현 상황 책임을 통감해 빠른 시일내 팀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달이 되도록 별다른 쇄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개혁과 변화의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탓이다. 어정쩡한 대행 체제로는 역시 최하위권 탈출이 난망해 보인다.

SK와 한화 문제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프로야구 산업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구단 차원의 땜방식 조치는 단기 처방도 되기 힘들다. 그룹의 오너인 각 구단주들이 결단력을 내려 팬들에게 ‘흔들림없는 야구단 지원’을 약속하지 않는 한 ‘메아리없는 외침’에 그칠 뿐이다.

그러므로, 한국야구위원회 정운찬 총재의 ‘긴급 구단주 총회’ 소집을 간곡히 촉구한다. 말할것도 없이 구단주대행이 아닌 정식 구단주만의 ‘권위있는 총회’가 되어야 할 것이고.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