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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자존심은 버린지 오래됐어요. 야구를 오래하고 싶고, 유니폼을 오래 입고 싶을 뿐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저었지만 롯데자이언츠 장원삼은 희망을 던졌다.

장원삼은 지난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즌 두 번째 경기에 선발 출전, 6이닝 동안 79개의 공을 던지면서 4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5실점(4자책)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실점은 있었지만 장원삼은 제 역할을 다했다. 전날 연장 혈투로 불펜 투수들을 모두 소진한 롯데였기에 이날 장원삼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줘야 했다. 하지만 직전 1군 등판(5월 12일 두산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장원삼이었기에 기대감은 적었다. 그러나 장원삼은 노련미가 묻어나는 역투로 6이닝을 이끌며 팀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

허문회 감독은 이런 장원삼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불펜 고민을 지워줬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장원삼에게 ‘잘 던져줬다’고 이야기했다”라면서 “(장)원삼이가 잘 던져줘서 다른 선수들도 자기 기량을 다 발휘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흡족해 했다.

팀 불펜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장원삼도 알고 있었다. 이튿날 만난 장원삼은 “전날 투수를 다 쓰는 바람에 내가 최대한 길게 던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라고 고백했다. 지난 경기 부진의 영향도 있었다. 그는 “5월 첫 등판 때 너무 못 던져서 부담도 많았다. 이번에도 못 던지면 아예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부담을 안고 던졌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원삼은 5월 부진투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했다. 장원삼은 “내 스스로도 너무 빨리 (1군에) 올라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막하자마자 올라오고 마음의 준비가 잘 안 됐던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그래도 2군 내려와서 재정비를 잘했다.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잘 돌고 잘 던지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사진=윤승재 기자)
그러나 장원삼은 이전 등판과 확 달라진 모습으로 전날 NC의 강타선을 차례로 요리했다. 속구 구속은 130km/h대 후반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정확한 제구와 완급조절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적은 투구 수로 많은 이닝까지 소화하며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이에 그는 “이제는 예전같이 직구 스피드나 힘도 많이 떨어지다 보니까 마운드에서 최대한 안 맞는 피칭을 하기 위해 변화 구사율을 더 늘렸다. 그립도 많이 바꿔보면서 연습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장원삼은 이날 6이닝을 소화하면서 2018년 5월 11일 대구 KIA전(6⅔이닝 1실점) 이후 782일 만에 6이닝 투구를 기록했다. 약 2년 만의 기록. 그 정도로 장원삼은 최근 2년간 많은 부침을 겪었다. 삼성에서 방출돼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8경기에 나와 무승 2패 평균자책점 7.98의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다시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 사이 국내 최고 좌완 에이스를 향한 시선은 ‘한물 갔다’는 아쉬운 시선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장원삼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자존심을 버리고 좋아하는 야구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방출 뒤에도 테스트를 받으러 다니며 현역 연장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장우너삼은 “워낙 1군 마운드에서 오래 안 던지다 보니까 솔직히 자존심을 버린지 오래됐다”라면서 “계속 못하다보니까 어느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돼더라. 야구를 오래 하고 싶고, 유니폼을 오래 입고 던지고 싶으니까. 지금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게 너무 좋다”라며 활짝 웃었다.

내려 놓은 만큼 장원삼의 2020시즌 목표도 소박했다. 장원삼은 “1군에 있으면서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라면서 “팀이 필요로 할 때 던질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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