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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결국 폭탄은 돌고 돌아 강정호가 스스로 터뜨렸다. 사과 기자회견에도 싸늘한 여론을 돌리지 못했고, 복귀를 위해 KBO·키움과 접촉했던 강정호는 결국 스스로 복귀 의사를 철회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강정호는 29일 자신의 SNS 계정에 "긴 고민 끝에 히어로즈 구단에 연락해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다”라면서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혼란스러웠던 한 달이었다. 이 한 달 동안 강정호가 한국 야구판을 뒤흔들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O의 상벌위원회와 강정호의 사과 기자회견, 그리고 키움의 움직임까지 야구팬들의 시선은 모두 강정호를 향했다.

하지만 강정호의 복귀 추진은 팬들의 비난 여론만 더 거세게 만들었다. ‘음주운전 삼진아웃’ 전력이 무색한 KBO의 솜방망이 처벌(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제재)에, 강정호의 뻔했던 기자회견, 그리고 키움의 장고(長考)까지 강정호의 복귀에 무게가 실리는 흐름에 팬들은 분노했다.

결국 사태는 강정호가 스스로 마음을 접으면서 일단락됐다. 강정호는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강정호의 KBO 복귀 불발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KBO가 막지 못했고, 키움이 곤란해 했던 사안을 팬들이 상황을 바꿔놓았다. 법리적 해석만으로 용인됐던 도덕적 해이를 팬들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고, 거센 비판 여론으로 강정호가 스스로 결정을 번복하게 만들었다.

강정호 상벌위원회. (사진=김성태 기자)
불필요한 법적공방을 피하기 위해 법리적으로만 사태를 바라본 KBO만 머쓱해졌다. 수 년 전부터 클린베이스볼을 외쳤던 KBO지만 정작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도덕적 시선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물론 법리적으로 소급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총재 권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KBO는 침묵했다.

이렇게 몸사리는 KBO의 모습에 팬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강정호에서만 그칠 수 있었던 비난 여론이 KBO와 키움, 한국야구 전체에 대한 회의감으로 확대됐다. 결국 KBO도 키움도 아닌 강정호의 손으로 사태가 일단락되긴 했지만, 팬들이 직접 나서 철퇴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KBO는 이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KBO의 손을 떠나 일단락된 것에 안도하고 있을까. 하지만 애초에 이 일은 KBO 선에서 매듭지어져야 한 일이었다. 단호한 결정으로 그가 몰고 올 악영향으로부터 구단과 한국야구를 보호했어야 한다. 하지만 KBO의 나몰라라식 폭탄 돌리기에 결국 키움과 야구팬 모두가 한 달 동안 강정호에게 휘둘려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이번 강정호 사태가 앞으로 있을 KBO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를 통해 팬들의 시선이 KBO의 징계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분명 KBO도 이를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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