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가 지난 5일 마스크를 쓰고 인천공항을 떠나고 있다.
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지난 1일 이순철 해설위원이 모 방송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에서 KBO(한국야구위원회) 행정을 비난하고, 나아가 정운찬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린 건 도가 지나쳤다.

이 위원은 KBO 상벌위원회가 ‘음주운전 강정호’에 대해 ‘유기실격 1년, 300시간 봉사활동’을 결정한 것을 두고 야구 규약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실격을 처했어야 하는데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KBO가 일을 잘못 처리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졌는데 총재는 대체 뭘하고 있느냐”고 거센 비판까지 했다.

해설위원이든 팬이든 KBO의 잘못된 행정에 대해 지적을 할 순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던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냈다.

히어로즈 시절 포함, 세 번째 음주운전 사고였다. KBO는 제2의 강정호를 막기 위한 이른바 ‘강정호 방지법’을 야구규약에 적용해 2018년부터 ‘3년 이상 유기실격’으로 벌칙을 강화했다.

KBO는 강정호의 KBO 리그 복귀를 앞두고 5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강정호의 징계를 ‘1년 유기실격’으로 결정했다. 이순철 위원은 이 결정을 비난한 것이다. 강정호 방지법이 강정호에게 적용이 안된 건 물론 아쉽지만 이는 야구 규약에 따른 것이다.

강정호가 마지막 음주운전 사고를 저지른 건 2016년 12월이어서 2018년 개정된 벌칙 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 없었던 것. 만약 KBO 상벌위원회가 ‘3년 실격’을 결정했다면 규약을 어겨 강정호측의 법적 반격을 허용하는 셈이어서 상벌위의 결정은 옳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위원은 왜 ‘어거지’를 부렸을까. 여기서 밝힐 순 없지만 이위원은 KBO에 대한 ‘억하심정’이 있어 의도적으로 총재까지 비난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따져볼 게 있다. 과연 해설위원이 자신의 직무를 넘어서 프로야구의 수장까지 비난할 수 있느냐는 것. 해설위원의 직무는 방송국내에서도 명확히 규정된 건 없지만, 상식과 사회 통념상으로는 일단 야구경기의 해설에 충실해야 한다. 야구 해설과 관련된 구단이나 KBO의 업무 처리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혀야지 도를 지나쳐 인신공격으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될 것으로 보인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우리나라 프로야구 해설 수준이 야구팬인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가를 따져 보자. 결론적으로 말하면 해설위원들이 각성하고 연구-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좀 심하게 말하면 지금의 해설은 일어나는 경기 상황에 대해 사실을 나열하는 정도이다.

프로야구가 잠실에서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해설을 들으면, 투구의 종류가 어떻고 어떤 투구를 하느냐에 대한 예상이 주를 이룬다. 이닝이 바뀌어 선두 타자가 나오기만 하면 “선두 타자의 출루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 주자로 출루하면 “주자 1루와 2루의 차이는 엄청나죠”라고 중학생 팬이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을 무슨 큰 발견이나 한듯이 외친다.

주자가 먼저 달리고 타자가 타격을 하는데, 왜 ‘런앤히트’가 아니고 늘 ‘히트앤드런’이라고 말할까. 타자가 병살을 방지하기 위해 배트를 도끼질 치듯이 내려 찍는 ‘볼티모어 촙’을 구사하는데 거의 모든 해설위원들이 볼티모어 촙이란 용어를 알지 못해 어원을 설명해주지도 못한다. 이는 모두 선수가 은퇴후 방송국에서 제대로 트레이닝을 받지 않고 해설위원으로 현장에 투입하는 까닭이다. 각종 야구 공부 등 사전준비도 모자란다.

해설위원은 경기 상황을 그냥 설명만 해서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야구를 폭넓게, 다양하게, 재미있게 해설해야 야구 재미에 흠뻑 빠질 수 있게 만든다. 야구 역사도 알고 각종 분야의 독서량도 많아야 한다.

예를 들어, 2-3으로 뒤진 상태에서 올라온 구원투수가 팀 타자들의 반격으로 역전을 이룬뒤 투구 내용이 확 달라졌다면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때 최동원은 연투의 피로가 역력했지만 3-4로 뒤진 8회초 유두열이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리자 힘을 얻어 강속구의 위력을 되찾았습니다”라고 숨은 이야기를 곁들이면 시청자들이 귀를 쫑긋하지 않을까.

3,4점을 지고 있는 상황일 때는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 슈퍼맨이 “희망은 자동차 키와 같죠. 잃어버린것 같지만 찾아보면 늘 주변에 있다고 했습니다. 투수 교체 혹은 대타 기용이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면 해설의 품격은 높아지게 된다.

한화 노시환(2019년 2차 지명, 경남고 출신)처럼 고향팀에서 지명을 못받아 타팀 유니폼을 입고, 주전으로 고향팀 야구장(사직구장)에 처음 타석에 섰을 때의 그 긴장감과 설렘, 왜 해설위원들은 한마디 멘트가 없을까.

이순철 위원뿐 아니라 많은 야구 해설위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해설이 듣기 싫어 볼륨을 낮추거나 꺼버리고 야구를 보는 팬들이 더러 있다는 사실을 늘 명심하자. 야구는 농구, 배구와 달리 정지된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야 한다.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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