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수들이 대전 두산전에서 18연패에서 탈출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며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화가 지난 14일 두산과의 경기(서스펜디드게임)에서 9회말 짜릿한 7대6 끝내기승을 거둬 지긋지긋했던 18연패의 늪에서 헤어났다. 이날 한화 선수단은 마치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따낸 것처럼 감격에 사무쳤다.

한화는 이어진 경기에서도 3대2, 살얼음판 승리를 낚아 22일만에 2연승의 기세를 맛봤다.

하지만 ‘하루 2승’으로 한화의 올시즌 엄청난 부진, 최근 8년간의 성적 하락이 덮여져서는 안된다. 18연패 탈출이 대대적인 팀 개편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실, 한화의 추락은 많은 이들이 예견했었다. 최근 몇년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얇은 선수층 문제가 결국 올들어 곪아 터진 것. 20대 젊은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주전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한화의 잔혹사는 2012년 10월부터 시작됐다. 해태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응용 감독(당시 71세)을 전격 영입했으나 김 감독은 이미 지도력을 잃은 나이고, 젊은 선수들의 할아버지뻘이어서 소통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 이는 성적 하락으로 이어져 김 감독은 2년 연속 9위(9구단 체제)의 수모를 당한 끝에 야구 현장을 쓸쓸히 떠났다.

이어 계약한 ‘김응용 감독의 야구 동기’인 김성근 감독은 재임기간(2014년 10월~2017년 5월) 주전 혹사와 신인 유망주 유출 논란에 시달렸다. 한화 마운드의 미래로 꼽혔던 이태양(30)과 김민우(25)는 각각 어깨,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했다. 2015년 나란히 한화를 떠난 투수 임기영(27)과 외야수 노수광(30)은 현재 KIA와 SK의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한화는 2018년 한용덕 감독 첫해, 그간 부진을 씻고 일약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으나 지난해는 어이없는 ‘이용규 항명 파동’으로 팀 분위기가 흔들려 9위로 추락하는 치욕을 당했다. 올시즌은 초반 18연패가 큰 부담이 돼 하위권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

그렇다면 중장기 계획으로 과감하게 팀 개혁을 이뤄야 하지 않을까. 당분간 ‘무관중 경기’가 이어진다면 관중 동원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리빌딩’을 하기엔 최적의 시간이다.

먼저 코칭스태프의 정리다. 감독 대행 체제로는 진정한 변화와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 현 최원호 감독대행을 승진시키든지, 아니면 외부에서 정식 감독을 데려와야 체계적인 육성을 이룰 수 있다.

또 지난 6일 전격적으로 퓨처스 리그로 내려간 4명의 코치 포함, 코치진을 재정비해 전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한화에는 두산, 키움처럼 유망주를 키우는 ‘화수분 야구’에 적격인 지도자가 없다는 따가운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최근 부진의 책임을 져야 할 수뇌부의 거취도 변화의 핵심이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의 미래는 결코 밝아 보이지 않는다. 팀 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할 그룹의 고위층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악화로 야구단 투자에 대한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한화는 14일 경기 뒤 팬 사과문을 내고 “긴 연패를 벗어났으나 그동안 부진에 대해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길 없다”고 고개를 숙인 뒤 “현 상황 책임을 통감해 빠른 시일내 팀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한화 이글스 임직원 일동’의 사과문이어서 과연 그룹 차원에서 개혁과 변화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뼈를 깎는 반성과 진정어린 계획 수립이 아니면 조만간 ‘유관중 경기’가 펼쳐질 때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의 관중석 모습은 보나마나일 것이다. 그룹 고위층의 각별한 관심을 기대해본다.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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