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허문회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올들어 심판 판정 문제가 여러차례 도마위에 올라 야구판이 시끄럽다. 5월 7일 한화-SK 개막 시리즈에서 터무니없는 스트라이크, 볼 판정으로 심판조 5명 전원이 거의 유례가 없이 퓨처스 리그(2군)로 강등됐다.

그 심판조는 지난 19일 1군으로 복귀했지만 단 5일만인 24일 KT-LG전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3루에 있던 LG 정근우가 KT 우익수 로하스가 플라이볼을 잡은 뒤 태그업을 했음에도 3루심은 아웃을 판정했다. 비디오로 리플레이한 결과 태그업을 확실히 했음이 밝혀졌지만, 태그업은 판독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심판은 엄중 경고에 그쳤다.

주심이 타구의 바운드 여부를 포수에게 물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트라이크존 일관성이 없어 선수들의 불만을 크게 사고 있다. 판정은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야구뿐 아니라 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올해는 시즌 초부터 심판 자질론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지난해 판정 번복률 26.4%였으나 올해는 5월 30일 현재 32.3%).

오심은 왜 일어나고 방지책은 없을까? 오심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심판의 정년제와 심판진의 세대교체,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근로법 개정에 따라 출범후 지켜오던 심판 계약제를 2012년부터 정년제(60세)로 바꾸었다. 다시 말해 2012년 이전에는 심판들이 매년 계약을 갱신했지만 2012년 이후에는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심판직으로 계약하면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것이다.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 심판들은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데 야구규칙을 달달 외거나 컨디션 유지에 최선을 다하는 등 굳이 열심히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2군 강등? 잠시 자존심이 상하고 연봉이 깎이지만 다시 열심히 해 1군으로 복귀하면 그만이다. ‘심판을 천직’으로 여기는 철저한 직업의식을 정년제가 갉아 먹고 있는 것.

두번째는 세대가 달라진 것이다. ‘바링허우(八零後)’라는 말이 있다. 1979년 덩샤오핑 주석이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한 후인 1980년부터 태어난 중국 세대를 일컫는 용어다.

이들은 대부분 외아들이나 외동딸로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속에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성장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므로 종전 세대와는 생각이나 삶의 형태가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나라 역시 21세기에 성인이 된 1980년대생은 기성세대와 사고, 행동방식 자체가 틀려 ‘신인류’의 첫 세대로 불린다.

이를 KBO 심판진으로 좁히면 1980년대생은 대부분 서른 즈음인 2010년께 심판으로 채용됐다. 이들이 심판위원으로 활동할 시기인 2010년에 KBO는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해 종전과 달리 숙소 배정을 ‘1인 1실’의 혜택 조치를 내렸다.

한화 이용규가 인터뷰 도중 주심의 볼카운트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종전에는 경기후 숙소에서 팀장 주재로 술잔을 기울이거나 차를 마시며 경기 후담이나 여러 가지 경험담을 나눴는데, 이젠 이런 게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1인 1실인 만큼 숙소로 돌아오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

개인 생활을 보장하는 건 좋지만 각자 무엇을 하는지 전혀 파악이 안된다. 극단적인 예로, 방에서 새벽 두세시까지 인터넷이나 블로그, SNS에 빠지든 말든 개별 행동을 파악할 수 없는 것. 정근우의 태그업을 포함해, 제대로 된 볼 판정을 못하거나 누구나 알수 있는 아웃, 세이프 판정을 놓치는 것은 잠을 못자는 등 컨디션 유지에 게을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년제를 다시 계약제로 환원할 수 없고, 1인 1실제도 변경할 수는 없다. 심판위원 전체 53명중 1980~90년대생은 현재 47.2%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고 해가 갈수록 ‘바링허우’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19로 인해 계속되는 ‘무관중 경기’는 프로야구 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1년후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종전과 같은 관중수로 회복된다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거기에다 잦은 오심으로 인해 프로야구의 상품성마저 훼손된다면 그야말로 한국 프로야구는 흥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러므로, 심판위원 각자는 엄청난 사명감으로 한 경기, 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이 사명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이들은 각 심판팀장, 심판위원장, KBO 수뇌진이다.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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