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포츠코리아, 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강정호가 KBO리그 복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단 KBO로부터 1년 유기 실격이라는 징계는 받았다. 이제 공은 강정호의 보류권을 지닌 키움히어로즈에게 넘어갔다. 강정호를 품을지, 내칠지는 키움의 손에 달렸다. 보류권을 풀어 다른 구단에 떠넘길 수도 있다.

키움으로선 골치가 아프다. 품자니 사회적 시선이 따갑고, 내치자니 강정호의 재능이 아깝다. 또 품는다 해도 구단 자체 징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연 강정호를 품는 것이 키움에게 실익이 있을까. 냉정하지만 그렇지 않다.

키움이 강정호를 품는다고 가정했을 때, 키움 구단은 강정호에 대한 자체 징계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KBO 구단들은 음주운전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구단 차원의 자체 징계를 추가로 내리고 있다. 자체 징계를 내릴지 안 내릴지는 구단의 자유지만, 키움 역시 사회적 시선을 고려했을 때 이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자체 징계의 적정 수준은 어떻게 될까. 타 구단의 전례를 참고하는 것이 빠르다. 최근 구단 자체 징계를 추가로 받은 음주운전 선수는 총 3명으로, 윤형준(개명 전 윤대영)과 강승호는 각각 LG와 SK로부터 임의탈퇴 철퇴를 맞았고 삼성 최충연은 구단으로부터 10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추가로 받았다.

한 번이 아닌 세 번의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강정호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징계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에 2009년과 2011년엔 은폐까지 했다. 구단으로선 더 높은 수준의 징계를 내릴 명분이 충분하다.

넥센히어로즈 시절 강정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지만 강정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구단 자체 징계가 길어질수록 강정호에게도 구단에게도 큰 손해다. KBO 징계 1년에 구단의 추가 징계까지 받으면 2년 혹은 3년까지 넘어갈 수 있다. 그 때는 강정호의 나이도 30대 중반을 넘어선다. 전성기를 넘긴 그가 구단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강정호를 더 빨리 출전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자체 징계 수준을 낮추는 것은 더 큰 무리수다. 여러 전례를 봤을 때 그들보다 더 짧은 징계가 주어진다면 구단을 향한 여론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구단의 이미지는 물론 스폰서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리스크가 너무나도 많다.

물론, 키움이 강정호를 품는 것을 두고 고민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일단 내년 시즌 주전 유격수인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전력에 공백이 생길 것이 유력한 가운데, 강정호의 합류는 든든할 수 있다. 또, 강정호가 미국 진출 전 히어로즈 구단이 자리를 잡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구단에서 강정호가 지니는 의미는 꽤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차피 강정호는 빠른 시일 내에 복귀가 불가능하다. 김하성의 공백을 강정호로 메운다는 시선은 어불성설이다. 또 구단 역사에서 강정호의 비중이 크다 한들, 사회적 시선이나 팬심을 등돌리면서까지 품는다는 것은 프로구단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꼴이다. 이래저래 강정호 영입은 키움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편, 키움은 “빠른 시일 내 강정호의 에이전트를 만나 선수 측의 입장을 들어본 뒤 국민정서와 구단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머리 아픈 키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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