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상원.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하지만 무관중 시대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고, 또 확실한 사과로 단단히 매듭짓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일요일(17일)부터 금요일(22일)까지 KBO리그의 화두는 한화 투수 박상원의 ‘기합소리’였다.

17일 대전 롯데-한화전에 마운드에 오른 박상원은 공을 던질 때마다 특유의 기합소리를 내며 화제를 모았다. 무관중 경기장이었기에 소리는 더 크고 선명하게 울려 퍼졌고, 롯데 타자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박상원의 기합 소리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롯데 허문회 감독이 나와 구심에 항의했고, 구심은 박상원에게 약간의 주의를 줬다. 이후 박상원은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롯데 덕아웃을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여기까지만 했어도 약간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문제였다. 하지만 여기서 ‘조롱’ 문제가 추가되며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17일 당시 롯데 덕아웃에서는 박상원의 기합소리를 두고 ‘고라니’라 하며 “고라니 화났다”, “울어울어” 등의 ‘야지(야유의 일본식 표현)’를 줬고, 21일 수원 한화-KT전에서는 KT 투수 쿠에바스가 박상원을 가리키며 ‘쉿!’ 제스처를 취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모두 고스란히 방송 중계 화면과 오디오로 흘러들어가 많은 야구팬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허문회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제공
한동안 야구계에선 박상원의 투구 논란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기합소리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과, 무관중 경기라 평소보다 더 크게 들려 타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어필이나 제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투구 도중 나오는 기합소리가 아니라, 타격 타이밍에 나오는 소리는 구분이 필요하다. 17일 논란이 된 박상원의 기합소리는 손에서 공을 놓을 때가 아닌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힐 때쯤, 즉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 때 나왔다. 당연히 타자들에게는 방해요소가 될 수밖에 없고, 당시 허문회 감독도 단순한 기합을 지적한 것이 아닌, 기합소리의 ‘타이밍’에 대해 항의했다. 트집이 아닌 정당한 어필이었다.

KBO는 자연스러운 기합소리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타격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됐을 땐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애매한 부분이긴 하지만, 이후에도 충분히 어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무관중 경기라 타자들에게는 그의 기합소리가 더 선명하게,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에 이후 문제가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롯데자이언츠
그러나 그렇다고 상대팀의 ‘조롱’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평소 팀 간의 ‘야지’가 통용됐던 분위기라 하더라도, 이 역시 무관중 경기로 인해 더 선명하게 들리는 데다 더 큰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박상원의 기합소리가 타격방해를 유발하는 제지대상이라면, 상대의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하는, 더 나아가 야구의 품위까지 훼손할 수 있는 야유 행위는 더더욱 제재돼야 한다.

롯데의 야유와 KT 쿠에바스의 제스처는 조롱 성격이 다분했다. 비난 받아야 마땅한 행동들이다. 평소처럼 관중의 함성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와 행동일지라도, 지금은 명백하게 중계 카메라를 통해 모두 드러났다. 사태가 커진 만큼 그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고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한편, 조롱 논란의 중심에 섰던 KT는 곧바로 사과했다. 논란이 있던 다음날인 22일 이강철 감독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쿠에바스가 영상통화로 박상원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상황을 매듭지었다. 이에 박상원은 “‘굳이 사과할 내용이 아닌데 전화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며 잘 마무리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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