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가 5월 5일 무관중으로 개막한다. 사진은 지난 21일 두산-LG의 연습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무관중 경기여서 스탠드가 텅 비었다.
두산 김태형, SK 염경엽 감독뿐 아니라 대부분 감독들이 144경기 강행을 반대했다. 이유는 우천 취소시 월요일 경기, 더블헤더를 가짐으로써 ‘중단없는 레이스’가 이어져 경기 수준이 떨어지는 걸 염려하기 때문.

감독들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감독의 으뜸가는 직무는 품질좋은 상품(경기 내용)을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 감독이라면 구단의 비즈니스를 생각해야 한다. 구단 수익이 떨어지면 구단 운영이 어려워지고 궁극적으로 훈련비와 숙식비, 나아가 연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

한 경기를 못하면 2억원 가까이 매출이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고, 구단 관계자들 스스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당장 100억원의 손해가 난다고 하질 않는가. 그렇다면 감독들은 더 이상 144경기 강행에 비판을 해서는 안된다.

5월 5일 개막돼 11월 2일까지 거의 중단없는 페넌트레이스를 펼치면 선수들 체력이 고갈돼 경기 수준이 떨어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체력을 아끼는 규칙 변경이 필요하다.

지난 21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는 11월 포스트시즌 고척돔 중립경기, 월요일과 더블헤더시 연장전 폐지를 결정했다. 두 사안 모두 필자가 계속 주장하던 것이어서 제안을 받아 들인 건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연장전을 없애야 한다. 예를 들어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를 치른 바로 다음날 12회 이상 연장전을 치르면 당일 경기에서 실책이 늘어남은 물론, 이후 피로가 누적돼 팬들의 한숨을 자아낼 플레이가 속출할 것은 겪어보나마나다.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연장전이 총 54회가 펼쳐진다면 선수들이 혹사돼 경기 수준이 저하되는 건 어린이 팬도 짐작할 수 있다. 연장전이 없어질 경우, 9회에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감독들의 ‘머리 싸움’과 선수들의 적극적인 플레이가 볼만해 팬들의 흥미를 더욱 북돋울 수 있다.

올시즌 MLB(메이저리그)에서 적용예정인 '최소 3타자(Three-batter Minimum)'규정도 즉시 도입하는 게 좋다. 이는 "모든 투수는 마운드에 오르면 다치지 않는한 최소 타자 3명을 상대하거나 이닝을 끝내야 다른 투수로 교체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 타자만 상대하고 강판되는 ‘원포인트 릴리프’를 폐지하는 것.

한 타자만을 상대하기 위해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눈 끝에 투수를 강판시키고 교체된 투수가 연습 투구후 공 몇 개만 던진 뒤 다시 교체되고... 이런 늑장 진행은 팬들을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 원포인트 릴리프를 없애는것 하나만으로 경기 시간이 10분 이상 단축된다. ‘그렇게 원하던’ 2시간 50분대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

미국 작가 아스트라 테일러는 최근 “위기 상황에서는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규칙이 왜 규칙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물론 테일러 작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기존 규칙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이지만 이는 스포츠계, 특히 프로야구에는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

이강철 kt 감독이 21일 한화전에 앞서 기자들과 거리를 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무관중 경기는 시즌 초반에만 잠깐 실시될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고 ‘언택트(비대면) 사회’로 점차 진행되고 있는 만큼 웬만한 사회 현상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 없다고 각계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100% 유관중 경기’를 한다 해도 관중이 크게 줄어들 것은 누구나 예상할수 있다. 10~15년전의 연 관중 400만~500만명 시대로 뒷걸음치는 것이다. 프로야구 산업의 일대 위기인 셈.

이를 감안하면 규칙을 과감히 바꿔 더 빠르고 더 투지넘치는 경기를 제공해 팬을 한명이라도 더 야구장으로 오게 해야 한다. 무관중으로 펼쳐지고 있는 연습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흥이 안나는 탓에 다소 맥빠진 플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걸 보려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무려 5시간(경기시간 3시간+야구장 왕복 약 2시간)을 투자할 팬이 얼마나 있을까.

5월 5일 무관중으로 개막이 되지만 무관중은 3연전으로 끊고 8일부터 바로 ‘유관중’으로 전환하는 게 좋다. 일단 입장권 30~50% 판매부터 시작해야겠지만 100% 판매 일자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룹사의 경영이 엄청난 타격을 받아 지원이 급감할게 뻔한 만큼 구단으로서는 수익을 단 1원이라도 늘려야 할 입장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는 일부 사장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구단의 명운이 걸려 있는데 이것 저것 따질 게 아니다.

지난 19일 0시부터 27일 0시까지 9일 연속 코로나19 확진자수가 10명 안팎으로 떨어졌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5월 5일에 해제될 확률이 높다. 그러면 8일부터 유관중으로 전환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1982년 프로 출범후 재정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만큼 수익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구단 운영이 요청된다.

KBO는 원칙적으로 응원단 운영을 허용하고 각 구단은 응원 방식이나 인원은 자율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이는 잘못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 진정세를 보일 때까지 응원단 운영은 취소해야 한다.

대응 매뉴얼을 아무리 철저히 준수해도 침을 튀기는 응원을 치어리더들이 이끌면 별무효과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메이저리그처럼 아우성없는 ‘조용한 관전’을 유도해 볼만하다. 그간 시끄러운 응원을 기피해 야구장을 찾지 않았던 팬들을 불러 모으는 ‘반사 이익’도 챙길수 있다.

감염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야구장 관중들은 그라운드쪽만 바로 보기 때문에 ‘1m 거리두기’를 굳이 지킬 필요가 없다. 응원단없이 조용한 관전 분위기를 이끌면 유관중으로 빠른 전환을 해도 감염 위험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다. 한식과 청명은 하루 차이다. 하루빨리 죽으나 늦게 죽으나 별 차이가 없음을 뜻한다. 이런 결단으로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 “수익도 줄지 않고, 빠르고 투지넘치는 경기도 제공하고...”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위기를 넘기는 구단의 지혜와 결단력이 절실하다.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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