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이 지연되면서 선수들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가운데 눈을 혹사시킬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 등은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사진은 자체 훈련중인 두산 선수들.
코로나19 사태로 프로야구 개막은 물론 시범경기마저 지연돼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큰 애를 먹고 있다. 많은 여유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올시즌 성적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시간이 꽤 길어지다 보니 외출을 자제하는 선수들의 취미도 바뀌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VOD(주문형 비디오), OTT(인터넷 동영상서비스) 등으로 드라마, 영화 등을 즐기는 거다.

2018년 12월에 결혼한 LG 이형종의 경우, 아내와 같이 드라마와 영화를 자주 보게 됐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투브를 시청하는 선수들도 많아졌다.

시간 보내기가 힘든 건 외국 선수들이 더 하다. 전지훈련이 끝나고 미국에 머물다 한국에 입국한 뒤 14일간의 자가 격리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훈련에 합류한 제라드 호잉(한화)은 평소 관심없던 명상도 하는 등 이것 저것 다하다 결국 일종의 자서전을 쓴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시절 재미있는 이야기와 경험담, 자라온 스토리 등을 글로 남긴 것.

타일러 윌슨(LG)은 미국에서 가져 온 책을 14일간 다 읽어버렸다고 한다.

얼핏 봐도 한국과 미국 선수들의 여가 보내기 내용이 다르다. 한국 선수들은 선수 생활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력 유지’에 등한시 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핸드폰을 자주 보면 근시가 되기 싶다. 근시가 되면 타자는 18.44m 떨어진 투수 모션을 정확히 보기가 어렵다. 투수의 경우, 스트라이크 존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윌슨이나 호잉처럼 메이저리그 출신들은 영화나 드라마, 스마트폰을 왜 멀리 할까? 시력 약화를 막기 위해서다. 미국 본토의 메이저리거중에는 평생 영화를 보지 않는 선수도 더러 있다.

따라서 우리 선수들도 책읽기나 쓰기를 새 취미로 삼길 권해본다. 이번 ‘코로나 강제 휴식’뿐 아니라 야구 선수들에게는 시즌, 비시즌 가릴 것 없이 개인 시간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을 치르며 스트레스가 많은 탓에 시간날 때 단순한 소일거리를 찾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1군 주전의 평균 연봉이 2억원 가까이 되는 만큼 자신의 몸은 자신이 아껴야 한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스포츠 관련이나 역사, 인문 교양서나 당장 훈련이나 실제 경기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생각이 깊은 선수가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더 훌륭한 지도자가 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은퇴후 해설위원이 되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더욱 빛을 발한다. 단순히 투구와 타격 패턴을 말하는 것보다 고사성어나 역사적인 사례와 교훈, 동서양의 격언과 속담을 곁들이면 명(名)해설자로 이름을 날릴수 있다.

필자가 TV든 라디오든 야구 해설을 40년간 듣는 동안 야구 외적인 이야기를 거의 듣지 않았는데, 해설자들이 왜 독서를 폭넓게 하지 않는지 늘 궁금하다.

또한 시즌중 일기를 매일 쓰며 경기중 잘, 잘못을 분석하면 다음 경기의 시행착오를 예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비슷한 기량이라면 생각이 깊고, 멀리 내다보는 선수가 앞선다는 건 말하나마나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책 읽기와 일기 쓰기의 효과로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선수들의 인터뷰가 듣고 싶다.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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