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전향 위해 9kg 체중 감량,

"1군 마운드 오르는 것이 꿈"

(사진=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항상 관중들을 등지고 경기를 했었는데, 이젠 바라보고 서서 경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설렙니다.”

NC 신진호는 지난 여름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고교시절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이상을 지켜왔던 안방 자리였기에 그의 투수 전향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다소 정체된 성장과 잔부상 등이 겹치면서 신진호는 결단을 내렸다. 홈플레이트가 아닌 마운드에 서겠다고.

“포수를 계속 하다 보니까 발목이나 무릎 쪽에 무리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렇게 있다가는 포수로서 경쟁력도 무뎌질 거라 생각했고, 결국 결심을 했죠. 혼자 고민도 많이 했고 다른 선수들과도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팔 상태는 좋으니까 도전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5월 투수 전향을 결심한 신진호는 지난 반 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다. ‘노력파’로서 누구보다도 먼저 훈련장에 나와 피칭 연습을 해왔고, 야수가 아닌 투수로서의 투구 밸런스를 찾아가며 완벽한 투수가 되기 위해 열을 올렸다.

“투수조 훈련도 이젠 좀 익숙해졌어요. 처음엔 제가 던지는 걸 영상으로 봤는데 제가 봐도 투수 같지는 않고 그냥 야수 같았어요(웃음). 지금은 어느 정도 폼을 낼 줄 알죠. 이전까지는 상체 위주의 피칭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투수의 투구 밸런스도 어느 정도 찾았어요. 하지만 아직 투수처럼 ‘꽝’하고 때리는 느낌이 많이 없어요. 10개 던지면 2,3개 정도? 그 느낌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죠.”

신진호는 지난 시즌 막판 기어코 2군 마운드에 오르는 데까지 성공했다. 9월 26일 롯데전에 나와 ⅔이닝 동안 3타자를 상대하며 안타 없이 볼넷 1개만을 내주며 홀드를 기록했다. 비교적 성공적인 투수 데뷔전을 치른 신진호는 시즌 후 열린 롯데와의 교류 경기에서도 140km대의 구속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보였다.

“연습경기라도 저로서는 처음이니까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포수 (윤)수강이 형이 ‘미트만 보고 던져라’라고 힘을 불어 넣어주셨어요. 그 말은 제가 포수 할 때 투수들한테 많이 했던 말이거든요. 그래서 ‘아, 이젠 내가 미트만 보고 던지면 되겠구나’ 생각하고 던졌죠. 그렇게 볼 한 번 던지고 나니 긴장이 점점 풀리면서 좋아졌어요.”

지난해 3월 포수 마스크를 썼던 신진호. 약 두 달 뒤 신진호는 투수로서의 포지션 전향을 결심했고, 체중을 9kg나 빼는 피나는 노력 끝에 투수로 실전 마운드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롯데와의 교류전 당시 신진호는 잊지 못할 경험도 했다. 만삭의 아내가 신진호 몰래 경기장을 찾아 그의 투구를 직접 지켜본 것. 신진호로서는 가슴 뭉클했던 순간이었다.

“깜짝 놀랐죠. 상상도 못했고, 그래서 긴장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내한테는 항상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에요. 제 꿈을 위해서 다 희생해줬으니까요. 투수 전향 때도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오빠가 최선을 다한다면 나는 항상 응원하겠다’라고 전적으로 응원해줬어요. 큰 힘이 됐죠. 지금은 아내가 출산을 해서 집에 두 아이가 있는데, 가족들 덕분에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고 원동력이 됐어요.”

이 같은 가족들의 전폭적인 응원 속에 투수 전향의 준비 단계를 거친 신진호는 비시즌 동안 본격적으로 ‘투수의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체중도 9kg나 줄였고, 동시에 몸 밸런스를 맞추고 어깨 가동성을 높이는 데 열을 올렸다. 신진호는 “투수의 몸을 만들다보니까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다”라며 싱긋 웃었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무릎이나 발목 통증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신진호는 시즌 전 만들어가는 과정인 만큼, 구속보다는 몸 밸런스와 구위, 변화구 등을 연마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일 신진호의 첫 라이브 피칭을 지켜 본 박석진 C팀(2군) 투수코치는 “신진호가 지난해부터 많은 노력을 했고 전반적으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금 완벽한 투수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있는데, 이를 잘 넘으면 좋은 투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NC다이노스
“제가 포수였기 때문에 알잖아요. 구속이 빠른 것도 좋지만, 140km대 초반의 구속이 나와도 볼끝이 얼마나 좋은지,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변화구가 얼마나 좋은지도 중요하다는 걸요. 그래서 구속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변화구는(웃음), 제가 어렸을 때부터 변화구로 장난치는 걸 좋아했어요.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많아요. 물론 많이 던진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변화구를 코치님들이 좋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지금은 커브하고 커터를 던질 줄 알고, 다른 한 구종을 스플리터로 할지 서클체인지업으로 할지 고민 중입니다.”

2020년, 예열을 마친 신진호는 이제 투수로서의 본격적인 첫 시즌을 맞이한다. 그라운드 위 9명의 선수들 중 유일하게 관중들을 등지고 경기를 펼쳐왔던 신진호는 이제는 관중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우뚝 선 마운드 위에서 힘껏 공을 뿌린다.

“항상 자면서 생각해오고 있어요. 1군 마운드에서 관중들을 바라보면서 던지는 것을요. 그렇게 다짐하고 확언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준비도 많이 했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어느 순간에 1군에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더 열심히 해서 더 빨리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 시즌 준비 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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