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휴스턴 선수로서 사인훔치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벨트런이 이 사건으로 뉴욕 메츠 감독직에서 사퇴하는 등 당시 관련자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사진은 벨트런의 메츠 감독 취임식 모습.
MLB(미국 프로야구)의 ‘사인 훔치기’ 일대(一大) 스캔들에 세계 야구계가 경악했다. 어떻게 야구의 발원지에서 이런 추악한 일이 벌어졌을까? 비신사적이거나 법을 어기는 행동에는 총까지 들이대는 최고의 법치주의 국가에서 야구 산업 전체를 뒤흔들 이런 추악한 일이 어떻게 버젓이 일어났을까.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게 스포츠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마찬가지 사정임이 새삼 확인됐다. 야구 인기 감소, 관중 하락이 눈에 보이듯 뻔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즌 개막이 2개월 보름이 남았다는 것. 남은 기간 MLB 사무국의 진정어린 사과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 흥행이 완전히 식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MLB 보고서에 따르면 휴스턴은 너무 ‘간 큰’ 짓을 벌였다. 휴스턴 홈구장에 설치된 비디오 리플레이용 카메라로 상대 사인을 연구했고 쓰레기통을 두들기는 방법으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금새 들통날 짓이다.

이런 방법은 KBO 리그 코치들의 비웃음을 살 일이다. KBO 리그에서도 사인 훔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그 수법이 은밀하거나 교묘해 경기 운영위원(감독관)이 잡아내기 힘들 정도다.

1루와 3루 코치가 사인 훔치기의 ‘앞잡이’다. 1,3루 코치는 포수의 손가락 사인을 훔쳐 타자에게 투수가 어떤 구질을 던질지 알려주고, 또 치지 말라는 웨이팅 사인을 내기도 한다.

사실은 1,3루 코치보다 포수를 훤히 볼수 있는 2루 주자가 사인 훔치기를 더 쉽게 한다. 2루 주자는 약속된 신호에 따라 모자를 만지거나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바지를 슬쩍 건드리는 등 교묘한 동작을 취하기 때문에 상대팀에서는 알아 챌 수가 없다, 만약 포수가 사인 도둑맞은 걸 눈치채면 마운드를 방문, 투수에게 달라진 사인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는 1970년대 실업야구 시절부터 있어온 공공연한 비밀인데 어느 팀이 더 교묘하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득점 상황, 특히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KBO리그에서도 사인훔치기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물증이 없기 때문에 관련 사항을 물어보면 팀이든 코치든 선수든 시치미를 뚝 뗄 것이다. 하지만 친분있는 선수, 코치, 구단 관계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물어보면 수긍하는 부분이다.

야구가 축구, 농구, 배구보다 사인 훔치기가 가능한 이유는 정지된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훔치고(도루), 속이는(타자를 겨냥한 투-포수의 사인교환)’ 동작이 많아 기본적으로 야구 선수 및 코칭스태프는 타 종목보다 잔머리를 많이 굴리게 된다. 어린 선수시절부터 ‘꼼수’를 쓰는 게 몸에 배여 있어 프로에 들어와서도 일탈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MLB의 들통난 사인 훔치기 소식에 KBO 리그 소속 팀에서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만약 ‘사인 도둑질’이 시즌중 드러난다면 프로야구 흥행에 직격탄을 맞으므로 각 팀은 이번 기회에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겠다는 자체 결의를 해야 할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에서도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사인 훔치기 근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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