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FA로는 처음으로 90억원 계약을 성사시켰던 KIA 윤석민이 최근 은퇴를 선언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지난 13일 은퇴를 선언한 KIA 윤석민(33)은 ‘FA(자유계약선수) 먹튀’ 논란을 일으켰었다. 2015~18년 4년간 당시 투수 최고액인 90억원에 계약한 윤석민은 첫해인 2015년엔 마무리로 활약, 30세이브(2승 6패)를 거뒀으나 이후 3년간 44경기에서 2승 10패 12세이브 6홀드만을 기록, 팬들의 원성을 샀다.

‘FA 먹튀’의 원조는 2000시즌을 마치고 해태에서 LG로 옮기며 4년 18억원을 받은 외야수 홍현우다. 홍현우는 4년간 221경기에서 타율 2할4리, 14홈런에 그쳤다. 이어 두산 내야수 정수근이 2003년말 롯데와 사상 첫 6년 계약을 맺으며 40억6000만원을 받았다. 정수근은 이적후 성적이 나빴던 데다 음주 폭행사건에 3차례나 휘말려 결국 KBO의 영구제명 징계를 받아 불명예스럽게 그라운드를 떠났다.

2004년 LG와 4년 30억원에 계약한 두산 투수 진필중, 2007년 역시 두산을 떠나 4년 40억원으로 LG로 이적한 투수 박명환, 2009년 롯데와 3년 27억원에 계약한 투수 손민한, 2015년 삼성과 4년 65억원에 계약을 맺은 투수 안지만 등이 ‘FA 잔혹사’의 주인공들이다. 주요 먹튀 7명중 3명이 LG 소속인 게 눈길을 끈다.

사업이나 회사 경영을 하다보면 실패를 할 때도 있고 이를 거울삼아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스카우트 실패 사례도 많지만 눈부신 성공 케이스도 있다. KIA는 2016 시즌후 삼성 최형우를 4년 100억원에 데려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NC는 지난해말 두산 포수 양의지를 4년 125억원에 계약한 덕분에 막판 KT의 추격을 단 2경기차로 뿌리치고 5강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실패 사례가 성공 사례보다 훨씬 많고, 실패한 케이스는 선수 가치를 잘못 판단한 해당 구단의 무모한 베팅이 원인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홍현우는 무릎 부상을 철저히 체크했어야 했다. 정수근의 경우, 투수가 아닌 내야수에게 말도 안되는 거액을 안겼다는 비난을 당시 받았었다. 박명환과 진필중은 둘다 선수 생활의 내리막을 걷던 중이어서 터무니없는 투자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요한 실패 사례엔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구단 사장의 잘못된 판단력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프로야구단의 비중이 약하므로 퇴임을 앞둔 임원(주로 홍보-광고-유통 담당)에게 ‘마지막 보직’으로 구단 사장을 임명하기 일쑤다.

사장은 임기 2~3년내 좋은 성적을 거둬야 임기 연장이 가능하므로 선수 스카우트에 무리수를 두게 된다. 사전에 감독과 단장의 추천이 있긴 하지만 철저한 검증보다 이름값에 현혹돼 타구단보다 높은 값에 협상을 벌이게 된다.

FA 사상 최고액인 150억원 시대를 열었던 롯데 이대호. 대형 계약에도 성적이 기대에 못미쳐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100억원 안팎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은 그룹 고위층을 잘 설득시키면 해결되므로 FA 몸값은 150억원(2017년 롯데 이대호)까지 뛰게 됐다. 물론 올해는 각 그룹의 비상 경영으로 인해 FA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내년엔 어떻게 될지 또 모른다.

일반팬들이 보기에 터무니없는 ‘FA 시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그룹 고위층의 야구단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 야구단을 여전히 홍보수단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자생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스포츠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감각이 있는 A급 임원을 구단 사장으로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구단은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후진성을 언제까지나 면할 수 없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