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나온 김하성의 아쉬웠던 주루 플레이. 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수비가 엉망, 이렇게 허술한 한국은 처음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이자 재일교포인 장훈은 16일 슈퍼라운드 한일전을 지켜본 뒤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은 승부처마다 주루사와 아쉬운 수비로 번번이 분위기를 내줬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이 모습을 결승전에서도 고스란히 재현했다. 두 번의 주루사와 허술했던 펜스 플레이 등이 겹쳐 한국은 3-5로 석패, 일본에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주장’ 김현수의 수비가 더욱 아쉬웠다. 1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스즈키 세이야가 때린 공이 도쿄돔 담장을 맞고 튕겨 나왔을 때 김현수는 담장에 바짝 붙어 있었다. 튕겨 나온 공을 뒤늦게 달려온 중견수 이정후가 잡아 중계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1루주자는 이미 홈으로 들어온 뒤였다. 펜스 플레이를 잘했다면 실점까지는 막을 수 있었던 타구였다.

더 아쉬웠던 건 이 문제가 결승전에서만 나왔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6일 일본전에서도 3회 당시 좌익수였던 김재환의 아쉬운 펜스플레이로 2루타를 헌납했고, 교체로 나온 김현수는 5회 낙구지점 포착 실패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아무리 한국 선수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도쿄돔이지만 이미 이전 슈퍼라운드에서 세 차례 경험을 한 바 있다. 준비 미흡과 수비 미숙이 불러 온 아쉬운 플레이들이었다.

5회 주루사를 당한 김상수. 연합뉴스 제공
주루 플레이도 아쉬웠다. 16일 일본전에서는 1사 만루 상황에서 나온 주루사가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강백호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3루주자 이정후가 태그업이 늦어 홈에서 비명횡사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17일 결승전에서도 3회와 5회 두 명의 선두타자들이 주루사로 비명횡사하며 기회를 헌납했다.

김하성은 3회초 선두타자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으나, 이어진 김재환의 좌익수 뜬공 때 태그업 후 2루로 진루하다 아웃을 당했고, 김상수는 5회 1사 상황에서 나온 김하성의 삼진 장면에서 다소 어설프게 도루를 시도하다 비명횡사했다. 이렇게 한국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으나 세밀하지 못한 플레이로 번번이 고개를 숙이며 결국 ‘숙적’ 일본에 2연패를 당했다.

장훈의 쓴 소리에 발끈했지만, 결국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KBO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이지만 국제대회에서의 세밀함과 의연함은 부족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의 설욕을 다짐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숙제를 안고 대회를 마감한 한국 대표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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