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김광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언제까지 양현종, 김광현에 의지할 것인가.”

이번 프리미어12 대회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은 비록 2회 연속 대회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2020 도쿄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도드라졌다. 이정후와 강백호, 이영하 등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라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선발 마운드는 이야기가 다르다. 30대 중반에 다다른 ‘88년생’ 양현종, 김광현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았다.

단기전인 만큼 최소 3명, 최대 4명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린 김경문 감독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양현종과 김광현을 1, 2선발로 내세웠고, 3선발 임무는 중남미 선수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언더핸드 투수인 박종훈에게 맡겼다.

4선발은 스무살 좌완 투수 이승호가 맡았다. 슈퍼라운드 3차전인 멕시코전에서 일찌감치 결승행을 확정지으면서 여유가 생긴 김경문 감독은 결과가 중요치 않은 16일 한일전에서 이승호를 선발 카드로 내세우는 파격을 감행했다. 양현종-김광현의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원석을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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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승호는 아쉬운 성적으로 국제대회 선발 데뷔전을 마쳤다. 2이닝 8피안타 1볼넷 1탈삼진 6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제구 난조는 물론 아쉬운 수비까지 겹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성적 부담이 없는 경기에서 마음 편히 국제대회 적응을 키우게 하고 싶었지만 이승호의 투구는 부담감에 짓눌려 있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당장 양현종과 김광현이 은퇴했을 때 그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들이 언제까지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차세대 좌완 에이스 찾기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그 고민거리를 속시원하게 풀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이승호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이승호 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 부상으로 나서지 못한 또 다른 좌완 영건 투수 구창모도 있다. 아직 덜 다듬어진 원석들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들의 성장이 더 도드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껏 국제대회, 특히 ‘한일전=좌완 선발’이라는 공식이 세워질 정도로 일본전에서 좌완투수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했다. 양현종과 김광현을 국제무대에서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차세대 좌완 에이스 발굴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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