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인천공항=윤승재 기자] 양의지, 김형준, 그리고 김태군까지 올 시즌 NC는 포수왕국으로 크게 변모했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김태군이 아직 군 전역을 하지 않은 가운데, 7월 초순 주전 포수 양의지가 부상으로 한 달간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그러나 NC는 오히려 이 한 달 동안 11승 9패 5할 승률 이상을 따내며 버텨냈다. 영건 포수 김형준과 베테랑 포수 정범모가 잘 막아줬기에 가능했다.

정범모는 올 시즌 양의지와 김형준에게 밀려 1군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양의지가 91경기에 나선 가운데, 김형준이 51경기에 모습을 드러냈고 정범모는 25경기에 출전했다. 가장 많은 경기(103경기)에 나선 지난해에 비해 기회가 확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김태군이 전역한 후에는 제3의 포수 자리를 김태군(15경기)에게 내줬다.

하지만 이번 시즌 NC에서 정범모의 존재감은 꽤 컸다. 6월 8승 16패, 7월 양의지의 부상 이탈로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을 때, 정범모가 안방에서 버텨줬기에 NC는 시즌 중반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백업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타석에서는 타율 2할로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지만, 안방에서만큼은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함께 경험이 부족한 김형준을 뒤에서 받쳐주면서 양의지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낼 수 있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또한 정범모는 후반기에도 팀을 다시 한 차례 구해낸 바 있다. 8월 7일 삼성전에서 연장 12회말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며 3연패 늪에 빠졌던 팀을 구했다.

당시 NC는 KT에 5위 자리를 내주며 가을야구 진출에 빨간 불이 켜져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범모가 끝내기 홈런으로 팀을 다시 5위 자리로 끌어 올렸고, 이후 NC는 KT에 공동 5위만 한 차례 내줬을 뿐 단 한 번도 5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2년 만의 가을야구 복귀에 성공했다. 정범모의 끝내기 홈런이 반등의 신호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범모 역시 당시 홈런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범모는 한 해를 돌아보며 “경기에 많이 나가진 못했지만, 팀이 힘들 때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 뜻깊은 한 해였다”라면서 “처음으로 끝내기 홈런을 친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팀이 5위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나온 홈런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라고 전했다.

이동욱 감독도 정범모의 삼성전 홈런이 인상 깊었던 듯하다. 이동욱 감독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마무리캠프 명단을 꾸린 가운데, 최고참 정범모도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 감독은 그 이유로 “포수는 많을수록 좋고 정범모도 꼭 필요한 선수다. 정범모가 삼성전 끝내기 홈런도 있었고, 후반기 타격 코치와 진행 중인 훈련도 있어 이 연장선으로 마무리캠프에 합류시켰다”라고 전했다.

8월 7일 삼성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린 NC 정범모. NC다이노스 제공
정범모 역시 삼성전 끝내기 ‘손맛’을 기억하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범모는 “시즌 막판에 타격폼을 수정하고 있었는데 마무리캠프에서 완성시키려고 한다. 수비도 용덕한 코치님 지도아래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미국으로 떠나는 각오를 밝혔다.

내년 시즌 역시 정범모에게 험난한 주전 경쟁이 펼쳐질 예정이다. FA 김태군이 남는다는 가정하에 정범모는 양의지-김형준-김태군 세 명의 주전 포수들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정범모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에서 실력을 잘 다져 내년 시즌에는 올 시즌보다 더 많은 1군 기회를 받고자 한다.

정범모는 “올해 목표도 1군 풀타임이었는데 아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2군에서 나름 열심히 준비했고, 마무리캠프 때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1군에 오래 남아 있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히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