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시헌-이종욱 코치. (사진=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2013년 겨울, ‘절친’ 손시헌과 이종욱은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나란히 FA자격을 얻은 두 선수는 KBO리그 1군 진입 2년 차인 신생팀 NC로 이적하면서 고등학교 3년, 두산 8년 총 11년간 이어온 한솥밥 절친 인연을 더 이어갔다.

6년 전 창원으로 내려오기 전날, 두 선수는 술잔을 기울이며 다짐했다. “NC라는 신생팀을 4강에 올리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그러기 위해 내려가는 거다”라고. 그리고 그들은 이적 첫해 만에 그 목표를 이뤘다. 2014시즌 팀을 3위에 올려놓으며 팀의 첫 가을야구를 함께 했고, 두 선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팀의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며 NC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로부터 6년 후, 두 선수는 이제 선수가 아닌 코치로 한솥밥 인연을 이어간다. 2018시즌 종료 후 이종욱이 먼저 은퇴 후 코치의 길에 올랐고, 1년 뒤인 현재 손시헌도 은퇴를 선언하며 지도자 길에 들어섰다.

마무리캠프를 준비하고 있는 현재, 두 코치는 함께 창원NC파크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아직 펑고 배트가 어색하다는 손시헌 코치의 옆에서 이종욱은 코치 1년 선배답게 그의 적응을 돕는 중이다. 하지만 내년 시즌 1군으로 승격하는 이종욱 주루코치 역시 1군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손시헌(이하 손) “코치로 출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아직도 정신이 없어요. 배운다는 자세로 기존의 코치님들, 특히 이종욱 코치님께(웃음) 많이 배우고 있죠. 옆에서 계속 도움을 받으면서 편하게 적응하고 있습니다(웃음).”

이종욱(이하 이) “저도 솔직히 정신이 없어요. 1군 선수들 파악도 해야 하고 퓨처스(2군)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빨리 적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창원마산구장, 구 NC 홈구장 외벽에 걸려 있는 NC 대기록 사진 중 하나. 손시헌과 이종욱은 NC를 강팀의 반열로 올려놓은 일등공신들이었다. (사진=윤승재 기자)
1년 먼저 은퇴해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이종욱 코치를 향해 손시헌 코치는 “벌써 코치 향기가 많이 난다”라며 웃었다. 이종욱 코치 역시 “선수들이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같이 웃고 기뻐하게 되더라. ‘내게서도 지도자의 느낌이 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껄껄 웃었다.

열심히 코치 생활에 적응 중인 친구를 보고 이종욱 코치 역시 지난해 자신의 상황을 떠올렸을 터. 지난해 이맘때 갓 코치 생활을 시작한 이종욱 코치는 기자에게 “선수들이 뛰는 걸 보니 부럽더라. 나도 다시 뛰고 싶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막 은퇴한 손시헌 코치 역시 이 코치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손 “아직 코치 계약서에 잉크도 안 말랐어요(웃음). 시원섭섭하긴 하지만, 지금은 내가 어떻게 선수들을 지도하고, 팀 발전 방향에 대해 더 고민하기 바쁩니다. 이종욱 코치가 작년에 선수들이 뛰는 걸 보고 부럽다고 했는데, 내가 1년 더 뛰는 거 보고 부러워서 그렇게 말한 거 아닌가 싶네요.”

이 “코치 시작한 작년 이맘때부터 올해 1년 동안 정말 힘들었죠. 준비할 것도, 공부할 것도 너무 많았어요. 확실히 선수가 제일 편하더라고요.”

두산 시절 손시헌과 이종욱. 두 선수는 두산과 NC 두 팀에서 세 번 이상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으나 아쉽게 우승반지를 끼지는 못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선수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특히 두 코치는 선수 시절 한국 최고의 내야수, 외야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정작 우승 반지와는 인연이 없었다. 두 선수 모두 두산과 NC에서 세 차례 이상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2016년에는 NC 유니폼을 입고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지만 친정팀 두산에 4전 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NC 선수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한국시리즈 무대, 두 선수에게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손, 이 “애초에 NC에 같이 올 때 4강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왔어요. 그런데 첫 시즌에 목표를 달성했고,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선수 시절엔 우승과 인연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 지도자로서 인연이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이번엔 지도자로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2009년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손시헌에게 꽃다발을 건네주는 이종욱.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편, NC는 새 시즌에 두 코치를 위한 동반 은퇴식을 열 예정이다. 아직 새 시즌 일정이 발표되지 않아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두 코치의 친정팀 두산과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열 것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당초 NC는 올 시즌 먼저 은퇴한 이종욱 코치의 은퇴식을 열려고 했으나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은퇴식을 부담스러워한 이 코치가 고사하면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것. 하지만 손시헌 코치가 은퇴하면서 팀이 다시 권유했고, 손 코치의 설득과 함께 동반 은퇴식이 성사됐다.

이 “시즌 중 은퇴식을 고사했는데, 선수들 경기하는 데 지장을 줄 것 같기도 했고 기존 코치님들 다 계시는데 주인공이 되기는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또 아직 선수생활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은퇴식을 하면 선수 생활의 아쉬움이 다시 샘솟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은퇴식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여전한 것 같아요.”

손 “사실 이종욱 코치와 권오준(삼성)이 고등학교 동창이라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두 친구 모두 은퇴식이라는 단어를 부담스러워해요. (권)오준이는 ‘우리가 무슨 은퇴식이냐’라고 하고 (이)종욱이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팬들에게 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종욱 코치를 열심히 설득하고 있죠. 종욱이가 나하고 은퇴식을 같이 하려고 기다린 것도 있을 것에요(웃음).”

이 "동반 은퇴식 할 거면 나랑 같이 은퇴했어야지(웃음). 이거 가지고 제가 살짝 삐졌었죠 하하."

이종욱 코치의 말대로 은퇴식은 곧 선수 생활의 끝을 의미한다. 물론 이 코치 역시 다시 선수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은퇴라는 단어와 의미를 억지로 꺼내 아쉬운 감정을 자극하고 싶지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17년 한솥밥을 먹은 ‘절친’과 함께 하는 은퇴식은 이 코치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 터. 손 코치의 설득에 이 코치의 마음도 서서히 움직이는 중이다.

2014년 4월 6일 넥센전, 끝내기 안타를 치고 돌아오는 NC 이종욱과 포옹하는 절친 손시헌. NC다이노스 제공
이제 손시헌은 2군 수비 코치로서, 이종욱은 1군 주루 코치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두 코치는 어떤 지도자가 되고자 할까. 또 이번 시즌 어떤 목표를 갖고 있을까.

손 “친형 같기도 하면서 때로는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어요. (이 ”저도요“) 밖에서는 형같이, 야구장에서는 확실한 코치.

이 “코치로서 NC 선수들 다 잘 키우고 싶어요.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다 잘됐으면 좋겠죠. 1군 코치로서 달성하고 싶은 제 기록이나 선수 기록은 딱히 없어요. 하지만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것, 이거 하나는 꼭 강조하고 싶어요.

손 “이동욱 감독님이 이번 캠프에서 강조하는 것이 첫째도 기본, 둘째도 기본, 셋째도 기본이시거든요. 저도 퓨처스에서 선수들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들어서 이 코치에게 올려보내겠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동반 은퇴식을 앞둔 그들에게 서로에 대한 덕담을 부탁했다.

이종욱 “시헌이가 제가 은퇴할 때 이렇게 얘기해줬어요. ‘고생했다’라고. 여기에 저는 ‘잘했다’라는 말을 덧붙여서 돌려주고 싶네요.”

손시헌 “내년 이맘때 이 자리에서 또 같이 인터뷰하시죠. 그때까지 열심히 경험 쌓아서 (1군 코치로) 빨리 쫓아갈게!”

(사진=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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