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한국시각) 열린 메이저리그 NLDS(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과 KBO 리그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유사한 점이 너무 많다. 물론 LA 다저스와 LG 트윈스의 입장에서다.

먼저 다잡은 경기를 놓친 것. 다저스와 트윈스는 각각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졌다. 다저스는 최종전인 만큼 사이영상 3번 수상의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3-1로 앞선 6회초 2번째 투수로 올렸으나 커쇼가 8회초 백투백 홈런을 맞고 3-3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연장 10회초 만루홈런을 통타당해 3대7로 졌다.

트윈스 역시 승부를 굳히기 위해 5-3으로 리드한 6회초 1사 1,3루에서 사흘전 선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차우찬을 전격 투입했으나 키움의 대타 박동원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 5-5 타이를 내줬다. 결국 5대10 완패를 당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차우찬은 커쇼와 좌완 에이스라는 점이 닮았다 해서 ‘차쇼’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같은 날 미국과 한국의 ‘커쇼’가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난타를 당해 ‘고개숙인 남자’가 되고 말았다.

고개 숙인 커쇼.

두 경기의 다른 점은 팬들의 반응이다. 다저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4천명의 팬들은 경기후 “대체, 왜 커쇼였냐?”며 고함을 치고 커쇼의 유니폼을 찢는 등 분노를 표출했다. 커쇼에 이어 나온 마에다 겐타가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았었기 때문에 마에다를 먼저 올리지 않은 데이브 로버츠감독을 비난하며 “감독을 해고하라!”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2만명에 가까운 트윈스 팬들은 류중일 감독이나 차우찬을 비난하지 않았다. 제대로 던질 수 있는 불펜 투수가 없었기에 패배를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다저스 팬들이 경기가 끝난 뒤 며칠이 지나도 화를 풀지않고 있는 이유는 로버츠 감독이 투수 교체를 잘못한 게 한두번이 아닌 탓이다. 로버츠 감독은 다저스 역사상 최다인 106승을 올리고도 망신살이 뻗쳤다. 와일드카드팀인 워싱턴에 져 31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일찌감치 무산됐기에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 들줄 모르고 있다.

14일부터 벌어지는 플레이오프(PO)와 한국시리즈에서도 막판에 몰린 팀이 선발 요원을 구원으로 전격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칙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한가지가 있다. 퓨처스 리그(2군)의 에이스급 투수를 한두명,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것이다(PO는 타이밍이 늦었지만 한국시리즈는 가능).

올시즌 1군에서 활약했던 투수들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대부분 피로함을 역력하게 드러냈다. 그런 투수들을 한경기에 10명이나 기용하느니 어깨가 싱싱한 2군 유망주들을 투입하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LG 고우석을 살펴보자. 3년차 고우석은 올해 35세이브(이부문 2위)를 거둬 팀을 지난해 8위에서 4위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거의 위기상황에서만 65경기(71이닝)에 나가 오른쪽 어깨에 무리가 간 상태. 회전근개에 이상이 오면 컨트롤이 마음먹은 대로 안된다. 이런 탓에 준PO 1차전에서 키움 박병호에게 끝내기홈런을 맞았고, 2차전에서는 1점 리드를 지키지 못해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투수 전문가들은 고우석의 1차전 투구를 보고 어깨 이상임을 단번에 알았는데, 류중일감독과 최일언 투수코치는 왜 애써 외면했을까.

결과론이 아니라, 겨우 21세에 시즌중 혹사를 당하다시피한 고우석의 부진은 미리 예견됐다. 이럴 바에야 투지 넘치는 2군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물론 2군 투수는 경험이 적어 중간계투용으로 써야 겠지만.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불펜 투수 기용을 기대해본다. 또 세이브왕 하재훈(36S)이 시즌때 구위를 보여줄지, 고우석처럼 부진을 보일지 궁금증을 낳는다.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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