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수단.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포스트시즌이 한참 진행 중이다. 잔치에 빠져서 마음은 아프지만,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팀 역시 내년을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KIA는 사령탑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지난 5월 김기태 전 감독이 사퇴한 후, 박흥식 대행이 팀을 이끌면서 남은 시즌을 소화했다. 5강 합류에는 실패했지만 급작스레 팀을 맡아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 시즌 후, 감독 선임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쏟아졌다. 박 대행의 정식 감독 부임을 시작으로 여러 후보가 하마평에 올랐다.

그런데 발표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마무리 캠프에 들어간다. 새 감독이 온다면 그 날이 마지노선이다. 일단 구단은 박 대행을 중심으로 해서 1, 2군 마무리 캠프를 광주와 함평에서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타 구단에 비해 구단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롯데는 성민규 신임 단장 부임과 더불어 선수단 정리, 주형광 코치를 비롯한 11명의 코치와 재계약 불가를 선언했다. 여기에 한국에서 뛴 경험이 있는 래리 서튼을 퓨처스 감독으로 데려오면서 사실상 내정이 된 사령탑을 위해 새 판을 깔아주고 있다.

한화는 정민철 N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제10대 단장으로 선임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고 삼성은 예상치 못한 프런트 출신의 허삼영 전력분석 팀장에 지휘봉을 맡겼다. 이래저래 각 구단마다 폭풍이 몇 차례 휘몰아쳤는데, 이상하게도 KIA는 잠잠하다.

조짐은 있었다. 지난 1일 이종범 현 LG 퓨처스 총괄이 사실상 감독으로 내정이 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조계현 단장은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조속한 시일 내에 감독 선임을 완료하겠다"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건넸다.

조계현 단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종범 총괄은 타이거즈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레전드다. 감독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대신 지도자 경력이 길지 않다. 은퇴 후, 한화에서 김응룡 전 감독과 한솥밥을 먹다가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활동했고 작년 말부터 차명석 현 LG 단장의 삼고초려에 응해 LG 퓨처스 총괄로 갔다.

그 외에 다른 타이거즈 레전드 출신 지도자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유승안 전 경찰청 감독, 그리고 장채근 홍익대 감독에 이어 매번 감독 후보군에 단골로 이름을 올린 이순철 SBS스포츠해설위원 등 여러 레전드의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유 감독의 경우, 퓨처스 경찰청 야구단을 이끌며 한국 야구에 공헌한 바가 크기에 타이거즈 감독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장 감독은 홍익대를 대학리그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지만 최근에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가 있다. 만약 두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면 발표가 미뤄질 이유가 없다.

이종범 총괄의 경우는 지난 10일 LG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키움에 일격을 당하며 탈락했다. 만약 선임이 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발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발표가 미뤄진다면 다른 시나리오 역시 떠올릴 수 있다. 외국인 감독이다. 어차피 현재 KIA는 당장의 성적보다 장기적으로 강팀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 와서 독배를 마시느니 육성에 능한 외국인 지도자가 밑바닥부터 다시 판을 짜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도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타이거즈는 지역색이 강한 팀이며 배출한 레전드 선수가 상당하다. 현장과 그룹의 생각도 생각이지만, 팬들이 외인 감독을 쌍수 들며 무작정 선호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단 14일 마무리 캠프가 마지노선이다. 넘어가면 장기화, 포스트시즌 이후에 선임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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