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장정석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2019년 가을야구가 흥미진진하다. 마치 작년의 데자뷰 같다. 키움과 SK, 두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2년 연속 만난다.

SK와 키움은 오는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 1패로 LG를 잡은 키움의 기세가 상당하다. 특히 감독의 준비가 철저했다.

타선은 박병호를 중심으로 외인 샌즈, 김하성, 이정후 등 리그 수준급 타자들이 즐비했다. 마운드를 어떻게 보강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장정석 감독은 길게 던지면 약해지는 선발의 빈틈을 불펜으로 채웠다.

조상우, 오주원 두 명의 필승 마무리를 중심으로 무려 14명의 투수를 엔트리에 포함, 선발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5회부터 즉각 불펜을 가동하며 추격했고 타선이 뒤집으면 필승조로 마무리 했다.

과감한 불펜 운용을 가을에 선보이면서 LG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2차전 역전승 역시 불펜이 버텨냈기에 가능했고 4차전 팽팽했던 경기의 흐름에 균열이 온 것도 불펜 전력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작년 처음으로 가을을 경험했던 장 감독은 올해의 가을을 더욱 철저하게 대비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더 위로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내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단기전 모드에 들어갔다.

그런 장 감독을 상대하는 것이 바로 SK 염경엽이다. 염 감독은 장 감독 이전에 히어로즈를 이끌었던 사령탑이다. 지난 2014시즌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삼성에 고개를 숙였지만 준우승까지 따낸 경험이 있다.

그리고 당시 히어로즈 팀의 프런트로 있던 것이 바로 장정석이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팀 매니저를 담당하면서 선수단을 관리했다. 그 누구보다 염 감독의 야구를 바로 곁에서 지켜본 이가 장정석이다.

SK 염경엽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2016년에 운영팀장까지 올랐던 장 감독은 염 감독이 그 해 가을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LG에 패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자 2017시즌부터 사령탑 자리를 이어 받고 팀을 이끌었다.

첫 해는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2018시즌에 돌풍을 일으켰고 가을에 가서도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모두 치르며 가을야구의 진정한 승자로 자리매김 했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를 떠나 SK 단장으로 갔다. 작년에 힐만 감독의 우승을 옆에서 지켜봤고 올해 SK 사령탑으로 왔다. 정규시즌 내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막판에 당했다.

두산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시즌 최종전에 내준 통한의 역전패, 염 감독은 작심하고 이번 플레이오프를 준비한다. 키움을 잡고 빨리 한국시리즈로 가서 두산에 앙갚음을 하고픈 마음이 크다.

두 팀의 올 시즌 상대전적은 8승 8패로 팽팽하다. 객관적 전력은 큰 차이가 없다. 키움의 경우, 마운드보다 타선이 좀 더 강하다고 하면 SK는 마운드와 타선, 둘 다 강하다.

매니저와 운영팀장으로 염 감독을 지켜본 장 감독에게 이번 맞대결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주전자를 나르던 후보선수가 실력을 키워 바라만 봤던 에이스와 맞대결을 펼치는 느낌이다.

염 감독 역시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잘 아는 장 감독과의 승부가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2019년 플레이오프의 승패는 두 감독의 지략대결에서 가려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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