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고척=김성태 기자]안일했다. 9회 5점 차라는 여유를 먼저 생각했고 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아끼고 아끼려다 제대로 당했다.

KIA는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 선발 양현종의 8이닝 무실점 호투에도 불구, 9회 불펜진의 방화로 9회 1이닝 5실점을 허용했다. 승부도 연장 12회 끝에 5-5 무승부로 끝났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상대 선발 신재영을 맞이해 KIA 타선은 초반부터 힘을 냈다. 2회 선두로 나선 유민상의 안타를 시작으로 이창진의 좌익수 옆 장타가 나오며 무사 2, 3루 기회가 찾아왔다.

여기서 7번 안치홍이 내야 땅볼을 쳐내며 주자를 홈으로 불어들였고 첫 득점을 따냈다. 3회에 한 점을 더 얻어냈다. 1사 3루에서 3번 터커가 우전 적시타를 쳐내며 2-0을 만들었다.

타이거즈 타순은 꾸준히 점수를 냈다. 4회, 1사 이후 안치홍의 장타가 나오면서 2사 2루 기회가 만들어졌고 9번 김선빈이 중전 적시타를 날리며 3점째를 따냈다.

5회에도 식지 않았다. 1사 1, 2루에서 5번 유민상이 상대 김동준의 초구를 그대로 통타,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쳐내면서 5-0을 만들었다. 타선이 초반부터 빵빵 터졌다.

마운드 역시 이에 화답하는 듯 했다. 선발 양현종이 8회까지 89개의 공을 던져 5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5-0으로 맞이한 9회 말, KIA는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양현종이 무리해서 완봉을 할 필요는 없다. 교체는 이해한다. 그런데 왼손 양현종에 계속 고배를 마셨던 키움 타선에 재차 왼손 하준영을 9회 첫 투수로 투입했다. 최근 4경기에서 4.1이닝 4실점 평균자책점 6.23이다. 좋지 못하다.

이미 8회까지 상대 키움 타순이 수차례 돌며 왼손 양현종의 피칭을 봤다. 익숙하고 또 익숙하다. 그런데 여기에 같은 왼손 하준영을 만났다. 하준영과 양현종의 구위과 같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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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 상황에서 좀 더 얕은 하준영의 공이 들어오자 상대 키움 타선이 놓치지 않았다. 서건창과 김하성이 연달아 안타를 쳐내며 출루했고 1사 1, 2루 찬스를 내주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부터 틀어진 KIA는 사이드암 박준표를 투입해서 경기를 마무리 하고자 했다. 4번 박병호는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며 나름대로 효과를 보는 듯 했다.

그러나 샌즈와 박동원에 연달아 적시타 두 방을 얻어맞으면서 순식간에 2점을 내줬다. KIA 입장에서는 2사 이후 샌즈에서 끝나야 할 경기가 갑자기 5-2가 됐다. 상황은 여전히 2사 1, 2루다. KIA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문경찬을 투입했다.

키움은 장영석 대신 좌타 송성문을 대타로 넣었다. 그리고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문경찬의 131km짜리 슬라이더가 오자 송성문이 그대로 잡아서 당겨쳤다. 우월 스리런, 그렇게 5-5가 됐다.

9회 한 이닝에 5실점을 내줬다. 충격, 그렇게 양현종의 14승도 물거품이 됐다. 이후 KIA는 연장 접전 끝에 무승부에 그쳤고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미 5강이 흐려진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팀 에이스의 승리를 목전에서 날린 것은 치명적이다. 씁쓸히 돌아선 KIA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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