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유민상.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잠실=김성태 기자]"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수비가 좀 더 보완이 되어야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수비가 가능해야 자신의 보직을 확실하게 찾을 수 있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박흥식 감독대행이 내야수 유민상(30)에 건네는 조언이다.

지난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유민상은 5번 겸 1루수로 나섰다. 타격은 괜찮았지만, 수비가 문제였다. 2회 무사 1, 2루에서 상대 이천웅의 타구를 잡고 2루로 악송구를 했다. 치명적인 4실점으로 이어진 실책이었다.

그렇게 KIA는 초반부터 LG에 승기를 내줬고 3-15로 완패했다. 유민상 스스로도 그 실수 하나가 너무 아쉬웠다. 여기에 21일 경기마저 패하면서 팀도 하락세를 탔다.

유민상은 21일 기준, 36경기에 나와 111타수 32안타 타율3할6푼 2홈런 16타점을 기록 중이다. 규정 타석을 채우진 않았지만 타율은 팀 내에서 가장 높다. 최근 기세가 그만큼 좋다는 의미다.

현 KIA 1루수는 김주찬의 것이다. 그런데 부상과 부진이 심각하다. 그래서 유민상이 올라왔고, 타격에서 제 역할을 확실히 해주며 그 자리를 잘 채우고 있다. 박 대행도 흡족한 눈치다.

박 대행은 "퓨처스리그에서도 타격은 참 좋은 선수였다. 타자 중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다. 김주찬을 대신해서 1군에 합류를 했는데,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수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대행은 "송구를 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을 느낀다고 하더라. 한번 그게 어긋나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라며 우려했다.

이어 "그래서 최원준, 류승현, 황대인의 경우도 송구가 잘 안되다보니 외야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유민상도 수비가 좀 더 보완이 되어야 한다"라고 마무리 지었다.

타격은 흐름이 있지만 수비와 발은 그렇지 않다. 수비를 잘 하는 선수, 발이 빠른 선수는 대수비든 대주자든 어떻게든 1군 엔트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지만 어설픈 타격은 흐름이 끊기면 곧장 1군서 사라진다.

KIA 유민상. 스포츠코리아 제공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타격 하나로만 버티는 것은 불가능할까. 현재 유민상, 그리고 현재의 타이거즈라면 수비도 수비지만, 조금은 다르게 전략을 짜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수비는 단시간에 완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kt와 두산 시절에도 수비로 고생했던 유민상이다. 1군 주전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 살아남아야 주전을 노릴 기회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기회가 먼저다. 그리고 기회는 타격에서 나온다. KIA는 현재 장타력이 부족하다. 홈런은 리그 꼴찌다. 장타율 0.547의 유민상이라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어쨌든 지명타자나 대타로든 꾸준히 나올 수 있다. 타격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구도다. 일단 팀 내 1루수 경쟁 구도를 김주찬과 유민상, 이렇게 두 명으로 좁혀야 계속 기용이 되고 살아남을 수 있다. 박찬호가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3루 이범호의 후계자가 된 것처럼.

외인 터커는 재계약 확률이 높다. 외야수다. 내년 1루 외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기에 최원준, 류승현, 황대인 등 3루 경쟁에서 밀린 이들에 비해 유민상은 장타력이나 파워 면에서 좀 더 우위다.

올해만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시즌 막판까지 타격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과시해야 그 이미지를 내년까지 이어갈 수 있다. 특히 새 감독이 오면 이러한 부분은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김주찬이 지명으로 가면 1루 수비, 1루로 가면 지명, 이런 방식의 구도를 만들어야 유민상은 주전에 가깝게 살아남을 수 있다. 일단 경기에 나서고 1루수로 나가야 수비 실력도 키울 수 있다.

숲을 보려면 수비도 보완을 해야 하지만, 당장 내 앞에 있는 나무도 못 보는데 숲을 보는 것은 무리다. 우선 타격으로 버티면서 1루 후계자 리스트의 맨 위를 차지해야 한다. 그 다음이 수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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