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구대표팀 이웅한 감독. (사진=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이천=윤승재 기자] 여자야구 대표팀 이웅한 감독은 최근 수 달 간 편히 발 뻗고 쉬어본 적이 없다. 평일에는 유소년과 사회인 레슨에 힘쓰고 있고, 주말에는 여자야구 대표팀 훈련에 시간을 할애한다. 단 하루의 휴일 없이 일주일을 보내고 있는 이웅한 감독이다.

하지만 이웅한 감독은 여자야구 대표팀 훈련에 할애하는 주말 이틀이 오히려 ‘힐링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여자 선수라고 훈련 강도가 약하거나 집중도가 낮다는 말이 아니다. 훈련 강도는 유소년 및 사회인 레슨보다 훨씬 세고 체계적이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이뤄지는 훈련으로 이웅한 감독은 물론, 코치진과 선수들 모두 몸이 고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웅한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몸은 정말 힘들죠. 이른 아침부터 와서 같이 훈련하다보면 진짜 피곤해요. 그런데 저도 코치님들도 여기 오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 선수들 보면서 힐링이 된다고 할까요. 선수들이 파이팅 넘치고 열정적인 데다가 의지도 강해서, 저희도 가르치는 재미도 생기고 오히려 힘을 얻어가기도 해요. 어떨 때는 저희가 선수들에게 더 많이 배워갈 때도 있어요.”

이웅한 감독은 지난 5월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으로 새롭게 부임했다. 그 전까지는 동봉철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의 투수코치로 활약했던 이 감독은 2017년 제3회 LG컵과 홍콩 아시안컵, 2018 여자야구월드컵을 경험한 뒤 2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2017년 제3회 LG컵 당시 이웅한 감독(가장 오른쪽, 당시 투수코치). 이웅한 감독은 '은사' 동봉철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뒤를 이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 감독은 오는 22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리는 제4회 LG컵 국제야구대회에서 공식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친선대회 성격이 강한 대회지만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뿐더러, 올해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2019 제2회 BFA(아시아야구연맹) 여자야구 아시안컵'을 앞두고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대회이기도 하다.

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LG컵을 위해 화성과 이천을 오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훈련은 주말에만 국한된다. 실업팀이 없기에 야구를 본업으로 삼고 있는 선수들은 없고, 모두 다른 직업을 갖고 있거나 가정주부들이기에 주중에는 훈련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대표팀은 주말마다 1박2일 합숙 훈련을 통해 LG컵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일에 운동을 놓는 것은 아니다. 직장과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바쁜 일정에도 선수들은 개인훈련을 통해 몸을 만든다. 평일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일종의 과제 형식으로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에게 개인훈련을 주문하지만, 대부분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주말만 훈련하다보니 부족한 면은 있죠. 하지만 각자 개인 직업이 있고, 여건상 그렇게는 안 되잖아요. 그만큼 주말에 더 훈련을 하고 있고, 선수들도 LG컵이 중요한 대회라는 걸 알고 있고, 하려는 의지도 매우 강해서 주중에 준비를 잘해서 돌아와요. 선수들에게 오히려 고맙죠.”

2017년 제3회 LG컵 당시의 여자야구 대표팀. 스포츠코리아 제공
감독으로서의 첫 대회, 그리고 여자야구의 미래가 달린 만큼 이 감독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 감독은 국내에서, 국내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반드시 결승까지 오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결승전까지 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죠. 국내에서 국내 팬들 앞에서 열리는 대회고, 또 후원을 받아서 치르는 대회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해요. 아시안컵을 앞두고 선수들의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최우선이에요. 쉽진 않겠지만, 행여 지더라도 그 경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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