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이대호(오른쪽).
1974년 11월, 필자는 육군 1하사관학교 훈련을 마치고 (일반)하사로 임명받아 00사단의 강원도 정선 파견대대에서 근무했다.

거기에는 월남 참전을 마치고 돌아와 제대 명령을 기다리는 고참병사 두명이 있었다. 그들은 ‘월남전+제대 말년’의 두가지 특수 사항이 있어서 그런지, 중대장은 물론 대대장도 웬만한 군기 위반은 눈감아주는 특별 대우를 받고 있었다.

‘4년간 150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사상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롯데 이대호의 부진을 보며 45년 전 월남전 말년 병장들이 떠오른 건 무엇 때문일까?

‘아무도 못말리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대호는 아무도 못말린다. 7월 13경기서 무홈런, 2타점, 타율 2할5리의 극심한 부진에도 2군행의 조치를 당하지 않고 타순만 6번으로 내려졌다.

급기야 양상문 감독은 성적 부진(최하위)으로 자진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공필성 감독대행은 이대호의 거취에 비상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대행’인만큼 그러지 못할 것이다. 후반기에도 계속 1군에 기용할 것으로 보여 이대호는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계륵(鷄肋,닭갈비)’ 신세가 될 조짐이다.

37세로 아무리 나이가 먹었다지만 2010년 사상 최초 타격 7관왕의 대업을 이룬 이대호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눈에 띌 정도의 엄청난 비만 때문이다. 시쳇말로 배가 ‘남산’만하게 불렀으니 타격의 정교함과 파워가 사라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2~3월의 스프링캠프 때는 100~110kg의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호쾌한 스윙을 휘두르던 이대호가 왜 130kg의 감당못할 육중한 체구로 변해 헛방을 날릴까. 원인은 야간경기로 보인다.

KBO 리그는 3월말 시즌 개막과 더불어 평일 야간 경기(18시30분 시작)가 시즌 끝까지 펼쳐진다. 선수들은 경기전 가볍게 식사를 하므로 야간 경기를 마치는 밤 11시 이후에는 굉장한 허기를 느낀다.

젊은 선수나 FA 계약을 앞둔 선수들은 식이 요법으로 이를 악물고 ‘과식의 유혹’을 견뎌낸다. 하지만, 1~2년후 사실상 은퇴를 하게 되는 고참 선수들은 ‘과식 본능’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것 저것 많이 먹게 된다(음식물을 50%도 소화시키지 못하고 자기 마련이라 야구선수들은 위장병을 달고 산다).

김성근 전 한화감독이 “FA 계약을 하면 배부터 나온다”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까, 이대호는 스프링캠프 때는 야간 경기나 야간 훈련이 거의 없으므로 정상적인 저녁 식사후 잠자리에 드나 시즌 중 야간 경기후에는 음식 절제를 못해 금세 체중이 20~30kg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체중이 단시간에 급격히 증가하면 스윙폼이 흐트러진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거기에다 의학적으로는 근골격계 이상(異狀)이 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알고도 못치거나 평범한 타구에 그치게 된다.

롯데 구단에서는 이를 알고 당연히 이대호의 체중 관리에 들어가야 되지만, 이대호는 앞서 예를 든 ‘월남전 고참병’처럼 통제불능이므로 알고도 모른체 하는게 아닐까. 이대호의 계약 기간은 아직 1년 반이나 남았으므로 코칭스태프나 구단이 강경한 조치를 취하거나 설득을 하지 않으면 롯데 선수단의 침체는 오래갈수 있다.

다른 ‘FA 대박’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투자한 돈이 아까워 억지 기용을 하면 팀이 망가지기 십상이다. 감독이나 단장을 바꾼다고 분위기 쇄신이 되는게 절대 아니다.

비만이 아닌 ‘FA 대박’ 선수들의 또다른 부진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진상을 조사하기는 어렵지만, 갑작스레 생긴 ‘많은 돈’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FA 대박’ 선수들은 연봉은 차치하고라도 일시에 받는 계약금이 일반인이 평생 만져보기 힘든 20억원 이상이 되는데, 그 돈을 넘보는 부모, 형제, 친척(결혼한 선수는 처가 포함)들과 다툼과 갈등을 계속 빚는다면 선수생활이 원만해질 수가 없다. 그러니까, ‘FA 대박’ 선수들은 친인척 관리나 재테크를 잘해야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2차, 3차 대박’을 노릴 수 있다.

*지난 17일자 C일보에 실린 정운찬 KBO 총재의 기고문을 보고 씁쓰레한 기분이 들었다. 기고문의 내용은 6월 25일~7월 2일 다녀온 유럽 출장 이야기다. 유럽(런던)에서 처음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의 마케팅 효과를 분석한 것으로 야구 관계자들은 귀담아 들을 내용이었다. 그러나 야구 기자의 입장에서는 떨떠름했다.

정 총재는 귀국 직후 간담회를 갖고 출입기자들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해야 했는데, 타 언론을 통해 유럽 출장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해듣는 담당 기자들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을 것이다.

문화체육부장관이 평양에 가서 남북체육회담을 마치고 귀국했다 치자. 회담내용을 특정 방송에 출연하거나 특정 신문에 기고문을 내 알린다면 아마 그 장관은 여타 언론으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언론을 무시하는 KBO나 무시당한줄 알고도 가만히 있는 언론이나 안타깝기 짝이 없다.

2019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시구하는 허성무 창원시장.

*21일 열린 올스타전의 주제는 ‘팬 퍼스트(First)’였다. 올스타전 행사를 팬 위주로 펼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시구는 팬들이 탐탁치 않게 여기는 지자체 단체장(허성무 창원시장)이 했을까.

창원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애틋한 사연의 주인공을 초대했으면 더욱 팬들에게 다가갔을 것이다. 마산-창원 출신 원로야구인은 행사 주체인 KBO에서 왜 검토를 안했을까?

최고의 시구자는 창원 출신의 세계적 소프라노 성악가인 조수미 씨로 여겨진다. 조수미 씨는 해외 일정이 많아 국내에 머무는 시간이 적지만 연초부터 섭외하며 간청을 했다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1990년 이후 올스타전 시구자로 대통령외 지자체 단체장은 유례가 없는데, 왜 창원 시장을 선택했는지 참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본지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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