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창원NC파크에 출몰한 '공룡빌런' (사진=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창원=윤승재 기자] “공룡빌런이라고 불러주세요.”7월 12일 창원NC파크. 경기를 앞두고 출입 게이트에 주황색 공룡 하나가 출몰했다. 자신을 ‘공룡빌런’이라 불러달라는 주황색 공룡은 이미 창원NC파크의 또 다른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구단의 공식 마스코트(단디&쎄리)가 있지만, 공룡빌런은 다르다. 일반 팬이 자발적으로 공룡 옷을 입고 관중석 곳곳을 누비며 팬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날 이 공룡 팬(?)은 게이트를 지나는 관중들에게 열심히 응원피켓을 나눠줬다. 짧은 팔과 뭉뚝한 손으로 옆에 쌓여있던 응원피켓을 한웅쿰 쥐어 오더니 지나가던 팬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옆 구단 직원에게 물어보니 구단이 부탁한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와서 궂은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전했다. ‘빌런(악당)’이라는 별명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올 시즌 창원NC파크에서는 이 주황색 공룡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 출몰지는 창원NC파크 관중석 101번 구역. 특이한 차림새에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데다가, 방송 카메라에도 여러 번 잡히기도 했다. 경기 중엔 주전 선수들의 유니폼을 번갈아 흔들며 응원을 하기도 하고, 응원단상에서 나오는 응원동작을 짧은 팔로 모두 따라 하기도 한다. 이 공룡팬은 원정 경기도 마다하지 않고 출몰한다. 지난 롯데와의 주중 3연전에서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잠실 원정에서도 여러 번 출몰한 바 있다. 일반인 팬으로서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대체 공룡 인형 안에 있는 이 유별난 팬은 어떤 사람일까. 지난 12일 응원피켓을 열심히 나눠주던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2일에는 지난 5월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나성범이 오랜만에 팬들 앞에 나서는 행사가 있었다. 이에 공룡빌런은 나성범 유니폼을 들고와 열심히 흔들며 그라운드에 나서는 나성범을 반겼다. (사진=윤승재 기자)
▶ 창원NC파크의 또 다른 마스코트, 화제의 인물, 아니 공룡을 만나 영광이다. 그런데 인터뷰 시작부터 호칭을 뭐라 불러야 할지 고민이다. 불리는 이름은 많던데.커뮤니티에서는 ‘공룡좌’라고 불리긴 하는데, 축구(강원FC)에서도 ‘공룡좌’라고 있지 않나. 그 분도 고생하시는데 겹치지 않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게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공룡빌런’이라 불러주셨으면 한다.▶ 빌런치고는 응원피켓도 열심히 나눠주고 아이들에게도 친절하다. 닉네임하고는 완전 다른 모습인데.그런가(웃음). 그래도 구단 직원 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계시고, 나도 이 구장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자연스럽게 나서게 됐다. ▶ 언제부터,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작년 9월부터 시작했다. 내가 튀는 걸 워낙 좋아한다. 흔히들 말하는 ‘관종’이다. 계기가 된 건 예전에 한화팬이 독수리 탈 쓰고 나와 화제가 된 걸 보고, 나도 저렇게 하면 화제가 되겠다 싶어서 찾아보니 공룡 옷이 있더라. 다이노스의 팀 컬러에 맞기도 하고 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서 바로 구매해서 입었다. 그랬더니 인기가 좋더라.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고(웃음).▶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엔팍(창원NC파크)에 나오는 것 같다. 시즌권자인가.아니다. 내킬 때마다 매번 구입해서 들어온다.
응원 피켓을 나눠주고 있는 공룡빌런. 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다. (사진=윤승재 기자)
▶ 원정 경기에서도 자주 본 것 같은데.가끔 간다. 올 시즌엔 대전과 수원, 광주 빼고 다 갔다. ▶ 가끔 두 마리, 아니 두 명이 출몰할 때도 있던데.잠실에서 아는 동생과 같이 갔던 적이 있다. 저번에 엔팍에서 열린 LG전에서도 그 친구와 함께 했다. 그런데 전에 라팍(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저랑 똑같은 옷을 입고 계신 분이 있더라. 그 분은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놀랬던 기억이 있다. ▶ 날씨도 더워지고 있는데 덥진 않나. 화장실 갈 때도 불편하겠다.덥긴 덥다. 그런데 작년 9월에 한창 더울 때 시작해서 더위에 내성이 생겼다. 땀은 나는데 괜찮다. 화장실은 공룡 옷 입고 와서 가본 적이 없다. 오기 전에 다 비우고(?) 와서 갈 일이 없다. ▶ 공룡 옷은 단벌인가.아니다. 이걸 하면서 세탁을 잘 못해서 망가지고 이런 경우들이 생겨서 여섯 벌을 샀다. 그 중 사이즈가 안 맞아서 못 입는 것도 두 벌 정도 있다. 유니폼보다 이걸 더 많이 산 것 같다(웃음).
(사진=윤승재 기자)
▶ 인기가 정말 좋다. 이쯤 되면 NC 마스코트 한 자리 꿰차도 될 것 같다.에이, 아니다. 나는 일개 팬이고, 구단에서 하는 마스코트(단디&쎄리)를 좀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대신 구단에서 저번에 정식 초청해줘서 자리도 구해주고 그라운드 달리는 이벤트도 하면서 경품도 줬다. 구단에서 챙겨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NC 팬분들이 저를 좋게 봐주시다보니까 가능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 나름 고충도 있을 것 같다.사실 많이 있다. 때리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것만 없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해줘서 좋다. 아이들 미소 보니까 할 맛이 나더라(웃음).▶ 열정이 대단하다. ‘공룡빌런’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따로 있나.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데, 우리가 팬이 적어서 다른 인기팀에 밀린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 말이 너무 신경쓰인다. 학생들이나 아이들이라도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와줘서 팬이 늘었으면 좋겠다. 더 오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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