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KIA 이범호는 떠나는 그 마지막 순간에도 만루홈런을 쳐냈다. 환하게 웃는 그 표정, 그렇게 이범호는 축복받은 야구 선수로서의 삶을 마감했다.

KIA 이범호는 13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5-10으로 경기에서 패했지만 이어 열린 은퇴식 홈런 퍼포먼스에서 멋진 만루포 한 방을 보여줬다.

이범호는 통산 2001경기에 나서 만루홈런을 무려 17개나 쳐냈다. KBO리그 역대 1위다. 실제로 이날 선발 6번 겸 3루수로 나선 이범호는 5회 2사 만루라는 극적인 찬스를 맞이하면서 드라마 같은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비록 좌익수 뜬공을 물러났지만, 팬들은 이범호의 매 타석에 열광했다.

하지만 마지막 딱 한 번, 만루홈런 기회가 남아 있었다. 바로 은퇴식 퍼포먼스다. 이날 KIA는 이범호의 은퇴식 첫 순서로 그의 만루홈런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팀 동료들이 루상을 꽉 채워서 만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선빈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5구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이범호도 경기 전에 퍼포먼스에 대한 질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10번 정도 연습을 해봤는데 전혀 넘어가질 않더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그래도 제가 극적인 순간에 잘 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번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범호는 자신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실천했다.

KIA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타석에 들어선 이범호는 팬들의 환호와 함께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처음 쳐낸 공은 3루 쪽 파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쳐낸 공은 땅볼이었다. 이제 남은 기회는 단 세 번. 이범호가 3구를 쳐냈다. 이 공이 그대로 쭉쭉 뻗어가더니 챔피언스필드 가장 깊은 곳인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이범호 스스로도 너무 놀랐다. 기뻐하며 루상을 돌았다. 동료들도 함께 즐거워 했다. 그렇게 이범호는 은퇴식 마지막 타석에서 시원한 만루포를 쏘아올리며 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이후 이범호는 단상에 올라 가족들의 영상편지를 보며 울먹였다. 아내 김윤미씨가 편지를 읽었다. 팬들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범호는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 이범호는 고별사를 말하면서 울먹였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웃음도 나고 울음도 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는 "타이거즈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 선수들 정말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2017년, 제 첫 우승을 평생 기억하면서 살아가겠다. 후배들이 저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많은 배워서 돌아오겠다. 오늘 부로 저는 20년을 함께 한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영원히 마음에 간직할 KIA 타이거즈 팬을 떠나겠다. 저의 새로운 삶을 응원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 KIA 타이거즈가 다시금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꼭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KIA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후 이범호는 KIA에서 나온 신형 세단을 타고 3루를 시작으로 1루를 거쳐 퍼레이드를 했다. 광주 챔피언스필드는 '이범호, 이범호'를 외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팬들은 핸드폰 플래시로 그의 마지막을 축하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외야로 갔다. 이범호가 차에서 내렸다. 그라운드를 걸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329명의 팬들이 외야에서 그를 위한 꽃길을 만들어줬다. 꽃을 그에게 선사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등번호가 새겨진 25번 유니폼을 현재 타이거즈 3루수로 자리잡은 박찬호에 선물했다.

이범호는 "지금 KIA에서 주전 3루수는 박찬호라고 생각한다. 제가 나간다면 3루수에게 주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박찬호가 남은 시즌을 제 유니폼을 입고 뛰어주는 것이 참 고맙다. 지금 KIA 주전 3루수, 좋아하는 후배에게 줄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이범호에게 유니폼을 받고 울먹였고, 이범호는 그를 쓰다듬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과거가 미래에 전달하는 등번호, 어찌보면 영구결번 만큼이나 값진 전달이었다. 마지막 헹가래, 그렇게 이범호는 꽃처럼 동료들의 품에서 사라졌다. 이범호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만루홈런 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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