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만루홈런의 사나이 이범호가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 만루 기회를 잡았다.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도 힘든 상황, 결과를 떠나 이범호의 마지막 타석은 참 짜릿했다.

KIA 이범호는 13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6번 겸 3루수로 출전,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이날 개인통산 2001번째 경기에 나선 이범호다. 동시에 자신의 마지막 은퇴를 선언하는 경기였다. 이범호의 매 타석이 뜨거웠다.

이범호는 2회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가장 먼저 3루를 향해서 인사를 했고 1루, 그리고 포수 뒤에 있는 팬들에 예를 갖췄다. 팬들은 이범호의 등장에 박수와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상대 선발 서폴드와 눈이 마주쳤고, 이범호와 서폴드는 서로 헬멧과 모자를 벗고 인사를 나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서폴드의 초구는 스트라이크다. 하지만 2구는 볼, 3구도 볼이다. 이범호의 장타를 의식해서인지 몸쪽으로 계속 승부가 들어갔다. 5구째까지 볼이 들어가면서 이범호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하지만 후속타자 불발로 이범호는 2루까지 달려가지 못했다.

첫 수비는 3회에 나왔다. 0-4로 뒤지고 있던 3회 2사 1, 3루 위기에서 KIA는 선발 홍건희를 내리고 차명진을 투입했다. 타석에 들어선 것은 김태균이다. 김태균이 차명진의 2구째를 쳐냈다. 당겨친 공, 이 공이 그대로 3루수 이범호 앞으로 향했다.

이범호는 침착하게 이 공을 잡고 1루로 여유 넘치게 송구했다. 2사 1, 3루 위기를 무난하게 넘긴 이범호였다. 여전히 수비도 깔끔했다. 두 번째 타석은 4회였다. 선두타자 최형우와 이어 나온 안치홍이 모두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2사 이후 이범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서폴드의 초구를 그대로 쳐냈다. 하지만 이 공이 멀리 뻗어나가지 못했다. 그대로 중견수 뜬공이 됐다. 5회, 타이거즈가 눈을 떴다. 1사 이후, 오선우의 안타를 시작으로 김주찬, 김선빈, 터커가 연달아 안타를 쳐내며 대거 3득점을 따냈다.

4번 최형우는 삼진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5번 안치홍이 유격수 앞으로 깊숙한 땅볼을 쳐내며 만루를 만들었다. 마치 드라마 같은 만루, 그리고 타석에 이범호가 들어섰다. 챔피언스필드가 떠날 듯 팬들의 함성이 가득 찼다.

아마 다시는 없을 이범호의 마지막 만루 기회, 그렇게 이범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서폴드의 초구는 스트라이크, 2구는 슬라이더였다. 이 역시 이범호가 작정하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스트라이크다. 3구는 볼이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서폴드의 4구째 공이 들어왔다.

이 공을 이범호가 딱, 하고 쳐냈다. 타구가 좌익수 방면으로 향했다. 하지만 짧았다. 좌익수 플라이, 그렇게 이범호의 마지막 만루 타석이 아쉽게 끝났다. 그리호 6회 수비, 이범호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그렇게 조용히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이범호의 마지막 순간, 그는 KBO리그 통산 2001경기 출전에 6370타수 1727안타 329홈런 1127타점을 남긴 호랑이였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