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만루홈런, 꽃의 사나이가 이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KIA 이범호가 은퇴를 한다.

KIA 이범호는 13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한화전에 선발 3루수 겸 6번 타자로 나온다. 동시에 이날 자신의 2001번째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한다. 성대한 은퇴식도 준비가 됐다. 오로지 이범호 한 명을 위한 대대적인 행사가 경기 후에 열린다.

지난 2002년에 한화에 입단,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범호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KIA에서 뛰었다. 2017시즌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도 했고 개인통산 20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도 달성했다. 지난 2009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가서 대활약을 펼친, 말 그대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3루수였다.

타격 면에서는 여전히 타이거즈에서 필요한 선수지만, 이범호는 후배들에 길을 내주고자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이범호는 "프로야구 선수로 이루고 싶은 것은 다 이룬 것 같다. 새로운을 길을 가게 됐다. 후배를 잘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마지막 은퇴 소감을 밝혔다.

KIA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다음은 이범호와의 일문일답

▲은퇴하는 소감은?
"할 건 다 했다. 이루고 싶은 것도 다 했다. 프로야구 선수로는 다 이룬 것 같다. 막상 그 날이 되니 기쁘면서도 이제 자립해서 혼자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쓸쓸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니 저도 잘 준비하고 적응해서 새로운 길을 가고 후배를 도와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를 하겠다."

▲마지막으로 10일간 1군에 등록이 됐는데?
"시합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다. 나가면 하루 이틀 쉬고 싶다, 그런 생각도 했는데 이제 은퇴를 하니까 더 뛰었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과 이야기 하고 코칭스태프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열흘 동안 재밌게 생활한 것 같다. 후배들도 반겨주고, 코칭스태프도 잘 알아주시고 하는 마음 덕분에 따뜻하게 떠날 수 있게 됐다."

▲박찬호에 등번호를 넘겨주게 됐는데
"지금 KIA에서 주전 3루수는 박찬호라고 생각한다. 제가 나간다면 3루수에게 주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박찬호가 남은 시즌을 제 유니폼을 입고 뛰어주는 것이 참 고맙다. 지금 KIA 주전 3루수, 좋아하는 후배에게 줄 수 있어서 영광이다."

▲본인이 요청을 한 것인가?
"구단과 상의도 하고, 박찬호와도 이야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 많이 하면서 서로서로 잘 맞췄다. 박찬호도 좋은 번호라서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 해주더라. 구단에서도 저를 보내시는 마음에 이렇게 좋은 선수에게 주고 가는 것을 맘에 들어하신 것 같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 것 같다."

▲선수 아닌 개인 이범호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여름에 꼭 여행을 가고 싶었다. 프로야구 선수 누구나 마찬가지다. 여름 시즌에는 절대 갈 수 없었는데, 꼭 가보고 싶다. 그래서 9월이면 일본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아, 그 전에 여름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찾아보고 가장 맞는 곳이 어디인지 찾아보려고 한다."

▲시포를 하게 됐는데?
"제 아들이 야구를 너무 좋아하다. 신종길 야구교실을 가서 야구를 하고 오겠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도 막았다. 아들이 던지는 것을 제가 받는 것이 가장 좋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다. 딸은 시타, 아들이 시구를 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많은 분들 앞에서 던져보면 나중에 배짱도 커지고 그러지 않겠나. 가족이 하는 것이 가장 낫지 않나 싶다."

▲일본에서 뛰었던 기억이 있는데?
"저는 프로야구 선수로 일본 가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야구 선수로 보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본다. 그 선수들의 열정은 꼭 배우고 싶었다. 한국 와서 선수 생활을 더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일본으로 넘어가서 밖에서 좀 더 보고 싶었다. 구단과 잘 상의하고 더 배우고 싶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이제 김주찬이 남게 됐는데
"가장 쓸쓸하지 않을까 싶다. 제가 있어서 선수들이랑 어울리고 했는데, 아마 주찬이가 가장 외롭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젊은 코칭스태프 잘 챙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제 진짜 떠난다. 실감이 잘 나지 않을 것 같은데?
"은퇴식 시작하고 불 꺼지고 그러면 달달 떨 것 같다. 팬 여러분께 마지막 떠나는 이야기를 할 때, 무슨 말을 해야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 빼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좀 더 색다르게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