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이범호를 보고 느낀 것이라…젊은 선수들은 어느 한 계기가 생기면 실력이 급상승 하더라. 우리 젊은 선수들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마음이 복잡하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에 가을야구를 했는데 올해는 전반기가 채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리그 9위로 추락했다. 나름 중위권 언저리에서 버티는 듯 했는데 무너졌다.

사실 시작부터 틀어졌다. 이용규와의 불화도 그렇고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낙마,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하는 베테랑과 영건까지, 지금까지의 한화는 말 그대로 '기복 이글스'였다.

89경기를 치렀다. 남은 경기는 이제 55경기다. 5위 NC와의 승차는 정확히 10.5경기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후, 기적에 가까운 연승모드에 돌입하지 않는 이상 가을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한용덕 감독은 냉정하게 리빌딩을 마음에 두고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체질 개선과 더불어 더 나은 팀이 되는 방향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리빌딩에 대한 확고한 신념, 심지어 이범호 이야기를 했을 때도 그랬다. 13일 광주에서 열리는 KIA전은 이범호의 은퇴 경기다. 이범호는 지난 2000년에 한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다.

이후 KIA로 건너가 올해까지 통산 2000경기를 소화하며 KBO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남게 됐다. 친정 팀과 마지막 팀의 맞대결에서 은퇴, 선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영광스런 자리가 없다.

한 감독은 "KIA에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시기적절하게 은퇴를 하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좋더라"며 "충분히 해줄 만큼 해줬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 같다.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용덕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범호와 한솥밥을 먹은 기억이 있는 한 감독이다. 투수와 야수기도 했고 한 감독이 2004년에 은퇴를 했기에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범호는 기억에 남는 선수였다.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물어보자 한 감독은 고민을 하다가 "특별한 것은 없었는데, 이범호를 보면 젊은 선수가 어느 한 계기가 생기면 실력이 급상승 하는 것 같더라"라고 말한다.

이어 자연스레 "우리 팀에 있는 젊은 선수들도 그런 계기를 찾았으면 좋겠다"며 "모두가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좀 더 기복이 없이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이야기 했다.

타 팀의 간판 선수가 은퇴 하는 것을 보면서도 젊은 선수들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한 감독이다. 리빌딩이라는 부분이 현재 한 감독의 머리 속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물어봤다. 성적은 포기를 한 것인지. 한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프로의 세계에서 포기라는 것은 없다. 막판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성적을 배제하는 프로는 없다. 특히 야구 감독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종목 특성상 리빌딩과 성적은 길동무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한 감독은 이를 '순환'이라고 표현한다.

일단은 성적과 리빌딩, 모두를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한 감독은 "지금의 올라가고 내려가는 기복이 분명 선수들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그러한 부분에서 순환을 잘 시키도록 하겠다"고 조심스레 마무리 지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