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KBO 총재(왼쪽)와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수준낮은 경기를 돈주고 보는 우리가 불쌍하다” “지금 열리고 있는 00기 고교야구보다 질이 떨어지네!” 이런 비아냥은 야구 커뮤니티에서 하루에 수십개씩 볼 수 있다.

지난 18일 NC는 잠실 경기에서 볼넷 11개,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며 두산에 7대10으로 졌다. 두산 역시 볼넷 7개를 남발했다. 폭투 두,세개는 어느 경기든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롯데는 지난 12일 연장 10회말 구승민의 끝내기폭투로 3대4로 졌는데,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 끝내기폭투였다.

평범한 내야 땅볼을 1루수에게 악송구하는 장면, 외야수가 30~40m 거리에 있는 커트맨(내야수)에게 부정확하게 던지는 케이스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외야수가 원바운드로 정확히 홈 송구하는 모습은 TV로 메이저리그를 시청해야 볼 수 있을 정도다.

올해 투수력이 얼마나 엉망이냐는 끝내기 경기 횟수가 잘 말해준다. 끝내기 경기(안타, 홈런, 밀어내기 4사구, 실책, 폭투, 포일 포함) 횟수는 2016년 55회, 2017년 52회, 지난해 59회였으나 올시즌은 겨우 반환점을 돈 24일 현재 무려 41회나 된다(6월11일~13일은 사상 최초로 2경기씩 사흘 연속 끝내기로 경기 종료, 6경기중 5경기가 연장전).

선발-중간계투-마무리할 것 없이 총체적 난국이다. 특히 각팀마다 특급 마무리 투수가 없어 경기 막판에 난타를 당해 끝내기 경기가 쏟아지고 있는 것.

프로야구가 사회인야구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는 고교와 대학에서 제대로 된 선수를 공급하지 못하는데다 경기수가 많기 때문.

훈련도 훈련이지만 경기수가 많아야 좋은 선수가 양성된다. 하지만 고교야구팀의 주말 리그는 경기력을 현저히 저하시키고 있다. 대학야구는 한술 더 떠서 지난해까지 하던 주말리그를 폐지하고 올해부터는 금요일 하루 경기를 갖는다.

1주일에 한번 경기를 가지면서 프로에 쓸만한 선수를 배출한다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연목구어, 緣木求魚) 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고교나 대학에서 기량이 다듬어지지 않은 신인 선수들은 퓨처스리그에서 1~2년 실력을 쌓아야 하나, 선수층이 얇은 탓에 무리하게 출전시키니 수준낮은 경기의 악순환이 되고 있다.

‘저질 경기’의 양산도 안타깝지만 더 한심스러운 점은 아무런 대책이 없어 앞으로 몇년, 아니 영원히 이런 질낮은 경기를 봐야 한다는 것. 경기 수준이 떨어지면 관중수가 줄어들고, 시청률도 떨어지고, 유니폼 등 관련제품의 판매도 감소하고, 중계권료 인하도 불을 보듯 뻔하다. 한마디로 프로야구 산업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수를 줄이는 게 문제 해결의 방안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현재 팀별 연간 144경기는 팀간 16차전(홈, 원정 각 8경기) 체제다. 이를 팀간 14차전(홈, 원정 각 7경기)으로 축소하면 126경기로 줄어들어 입장 수입이 격감하므로 구단들은 절대 반대 입장이다.

경기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세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외국인 선수 엔트리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것. 이는 프로야구선수협의회에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두번째는 1군 엔트리를 27명에서 28명으로 한명 더 증원하는 것. 팀별 연간 비용이 약간 더 들지만, 내년부터는 시행가능한 사안이다.

세번째는 초중고 대학에서 좋은 선수를 키워 프로에 공급하는 것. 초중고 선수 육성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대한야구협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에도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하고 있어 프로야구 관계자들을 애태우게 만든다.

김응용 회장의 임기가 1년 6개월이나 남았지만, 지난 2년 반동안 주요 현안을 외면하다시피 해와 향후 개선책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실정이다. 협회 간부와 직원들도 ‘복지부동’의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있어 야구 관계자들의 지탄을 한몸에 받고 있다.

대학야구팀들은 대학야구를 살리기 위해 대한야구협회에서 독립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악수가 돼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무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력 저하로 팬들이 외면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음에도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혹시 관중이 감소해도 내 월급은 줄어들지 않겠지 하는 무사안일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KBO와 각 구단, 대한야구협회의 신속하고도 획기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수많은 팬들과 야구 관계자들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는데도 단기 혹은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직무태만을 넘어 직무유기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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