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지난 2017시즌, KIA는 김기태 감독의 지휘 하에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V11' 우승을 챙겼다.

2016시즌 대대적인 리빌딩을 통해 젊은 선수들이 팀 전력에 가세했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안치홍과 김선빈이 센터라인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4년 100억의 최형우라는 최고 타자도 왔다.

김호령이 떠난 대신 타격마저 완벽했던 버나디나가 중견수로 왔고, 안방 김민식과 우익수 이명기가 트레이드로 왔다. 돌이켜보면 말 그대로 우승을 위한 퍼즐, 우주의 기운이 모인 2017시즌이었다.

마지막 방점은 이범호와 김주찬이었다. 두 선수가 타이거즈에 없었다면 2017년 우승도 없었다. 두 선수의 존재감은 팀 내에서 절대적이었다.

이범호는 한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 지난 2011년 일본에서 돌아와 KIA로 전격 이적하며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김주찬도 삼성을 지나 롯데에서 뛰다가 2013년 FA를 통해 KIA로 왔다.

두 선수 모두 타이거즈 출신은 아니지만, KIA로 와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간절하게 원했던 것은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2017시즌, 김주찬과 이범호는 1루와 3루, 내야 양 코너에서 타이거즈의 중심을 잡고 대활약을 펼쳤다. 30대 중반이 됐지만, 몸은 가벼웠고 쌓이고 쌓였던 경험은 완벽하게 터졌다.

2017시즌, 김주찬은 122경기에 나서 440타수 136안타 타율3할9리 12홈런 70타점을 찍었다. 이범호는 115경기에 나와 382타수 104안타 타율2할7푼2리 25홈런 89타점을 기록했다.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두 선수 모두 직전 해에 비해 홈런, 타점, 안타 개수는 모두 줄었지만 베테랑이 갖추어야 할 덕목인 해결사 본능은 날카롭게 살아있었다. 특히 가장 큰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그 본능이 제대로 발휘됐다.

2017년 10월 26일 한국시리즈 2차전, 당시 KIA는 양현종이 나왔고 두산은 장원준이 공을 뿌렸다. 팽팽했던 8회 0-0에서 김주찬은 양의지의 실수를 틈타 과감한 홈 주루를 선택, 결정적 한 점을 따내며 시리즈의 운명을 바꿨다.

이어 열린 10월 30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IA는 1-0으로 앞서고 있던 3회 이범호가 니퍼트의 초구를 그대로 통타, 만루홈런을 쳐냈다. 분위기는 그대로 넘어갔고 KIA는 우승을 따냈다.

감격적 우승, 이후 많은 일이 일어났다. 2018년, KIA는 우승에 취해 안일했고 감독은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했다. 챔피언은 5위가 됐다. 베테랑 및 선수단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었다.

2019년, 베테랑 이범호와 김주찬의 하락세는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감독은 사퇴했다. 이후 이범호는 영건 체제의 타이거즈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은퇴를 선언했다.

이범호는 떠나고 김주찬은 남는다.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영광의 우승을 만들었던 두 베테랑의 꿈 같던 시절이 이제 노을처럼 서서히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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