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찬과 포수 한승택.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마무리 투수의 자격은 무엇일까. 키움 조상우처럼 빠른 강속구를 가진 투수라면 딱이다. 아니면 한화 정우람처럼 춤추듯 무브먼트가 뛰어난 공을 던져도 좋다.

하지만 여러 감독에게 마무리의 조건을 물어보면 빠지지 않는 조건이 있다. 바로 '대담함'이다. 공 1개로 승과 패를 넘나드는 포지션이다. 가장 강한 불펜 투수가 나올 수 밖에 없다.

KIA는 이전부터 뒷문 고민이 심했다. 예전 선동열 감독 시절에는 마무리 투수로 외인 어센시오를 쓰기도 했다. 이후 윤석민도 나오고 김세현도 있었고 유니폼을 벗은 임창용도 있었다.

올해 마무리로 낙점을 받은 투수는 김윤동이었다. 빠른 속구를 던질 수 있는 선수, 하지만 제구가 아쉬웠다. 기복이 심하다보니 막을 때와 막지 못할 때의 편차가 컸다. 마무리로는 아쉬웠다.

그래도 빠른 공을 던지는 오른손 정통파는 항상 매력적이다. 김윤동을 꾸준히 키우고자 했지만, 올해 부상을 입으면서 마무리 자리에서 빠졌다. 타이거즈 뒷문에 다시금 공백이 찾아왔다.

하지만 타이거즈 팬은 최근 마무리를 보면 마음이 편하다. 바로 문경찬이다. 문경찬은 2015년 2차 2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타이거즈에 입단한 젊은 투수다. 2016년에 상무에 다녀오기도 했다.

군 문제도 해결했고 공만 잘 던지면 된다. 타이거즈는 김윤동이 빠진 자리를 문경찬으로 채웠다. 이유는 하나다. 타자를 무서워 하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지는 그 자신감 때문이었다.

구속이 압도적으로 빠른 선수는 아니다. 속구의 평균 구속이 140km 언저리다. 그럼에도 공을 가운데로 던지는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전날 19일 SK전 9회만 봐도 알 수 있다.

문경찬. 스포츠코리아 제공
8-5로 앞선 9회, 그는 1이닝 동안 김강민, 허도환, 나주환을 만나 14개의 공을 던졌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16구 중에 볼은 단 4개에 불과했다. 모두 타자를 압도하는 스트라이크였다.

이처럼 맞든 맞지 않든, 최대한 낮게 공을 뿌리면서 승부를 걸다보니 타자들이 승부에서 지고 들어간다. 분명 타자가 더 유리한 상황임에도 문경찬은 생각 이상으로 과감하게 승부를 가져간다.

그 증거가 바로 무실점 피칭이다. 지난 4월 12일 SK전을 시작으로 전날 경기까지 무려 20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18이닝을 던지면서 허용한 피안타는 12개였지만 볼넷은 단 1개가 전부였다.

그리고 삼진을 18개나 잡아냈다. 여기에 득점권에서 상대한 타자가 모두 12명이었지만, 그는 단 1개의 피안타를 내주지 않았다. 위기에 더욱 강했다는 의미다. 마무리 투수에 어울리는 피칭 내용이다.

이제는 김윤동이 부상에서 돌아온다고 해도 문경찬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김윤동이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김윤동의 빠른 속구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무서움을 모르고 던지는 문경찬의 속구 역시 나름의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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