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나 단체의 결정이 잘못됐을 때 기자들은 “낮술하고 회의했나?”라는 표현을 곧잘 쓴다. 판단을 잘못했다는 지적을 우회해서 비난하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상벌위원회의 두가지 결정은 ‘낮술’ 운운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야구인들과 팬들은 석연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먼저 삼성 박한이(40)의 음주운전 사건. 지난달 26일 대구구장의 키움전, 2대3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에서 박한이는 좌중간 담장을 때리는 2타점 끝내기 2루타로 짜릿한 4대3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박한이는 기분이 너무 좋았든지 경기후 자녀의 아이스하키 운동 참관을 갔다가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았다. 다음날 오전 9시쯤 자녀를 등교시키기 위해 차를 몰다가 접촉사고를 냈는데, 경찰관의 음주 측정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65%가 나왔다.

박한이는 곧장 구단에 보고하고 도의적 책임을 지며 전격 은퇴선언을 했다. 삼성 레전드중 한명인 박한이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영구결번과 은퇴식’의 기회를 단번에 날렸다. 지도자의 길도 사실상 막혔고 잔여 연봉(약 1억4600만원)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한이는 “징계, 봉사활동 등 어떠한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 팬들과 구단에 죄송할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음주운전이 물론 잘못됐지만 은퇴를 함으로써 세가지의 명예와 1억원이 넘는 돈을 공중에 날려 보냈다.

이쯤하면, 음주운전을 한 댓가치고는 상당한 징벌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도 KBO의 징계는 지나치다 못해 엉뚱하다. 유니폼을 반납하고 ‘즉시 은퇴’한 선수에게 90경기 출장 정지? 누가 들어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온갖 불명예를 당하고 1억원이 넘는 잔여 연봉을 받지 못하는 처지인데도 제재금 500만원은 지나치다는 여론도 있다. ‘정상을 참작’해 봉사활동 180시간 정도가 적절했다는 게 야구인들의 반응이다. 중진 법조인인 최원현 상벌위원장(법무법인 케이시엘 대표 변호사)이 지나치게 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에만 얽매인 게 아닐까.

만약, 은퇴한 박한이가 제재금을 내지 않고 봉사활동도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KBO는 강제 집행할 권한이 없으므로 망신살이 뻗칠 수가 있다. 다만, 박한이가 추후 프로나 아마추어팀의 지도자 등록시 KBO가 신청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다. 다행히 박한이는 “어떤 징계도 달게 받는다”고 했으므로, KBO와 갈등을 겪는 볼썽사나운 사태는 벌어지지 않게 됐다.

두 번째로, 한화 김해님 코치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였다. 김 코치는 지난달 7일 문학구장의 SK전 클리닝타임 때 그라운드 키퍼(아르바이트생)와 시비가 붙어 뺨을 때리는 불상사를 일으켰다. 하지만 구단은 피해자와 합의를 봤다는 이유로 김 코치에 대해 엄중경고했고, KBO 역시 상벌위원회에서 경고조치만 내렸다.

구단은 충돌이라고 다소 부드럽게 표현했으나 현장을 목격한 모 기자는 “김 코치가 거친 말을 섞어가며 고압적으로 대했고, 급기야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충돌이 아닌 ‘폭행’이다.

KBO 규약 151조에 따르면 ‘음주운전이나 폭행은 똑같은 품위손상행위’다. 그런데도 징계의 수위가 큰 차이를 보였다. KBO가 구단 편을 들순 있지만, 이처럼 하나마나한 ‘경고’ 조치와 ‘90경기 출장정지-500만원 제재금-봉사활동 180시간’이라는 극과 극의 징계는 누가 봐도 이해가 안갈 것이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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