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응원석 풍경. 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짭도라도’라고 아는가. ‘가짜’의 의미를 지닌 준말인 ‘짭’에 삼성의 기존 팀 응원가였던 ‘엘도라도’를 붙여 만들어진 삼성의 대표 응원가다. 얼마 전 모 통신사 광고에서 불과 3초의 짧은 시간 동안 ‘승리를 위해 달려가자 오오오오’ 이 한 구절이 소개가 됐는데 ‘대체 이 명곡은 어느 팀 응원가냐’라는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사실 이 응원가도 사연이 있다. 삼성은 수 년 간 ‘최~강 삼성 승리하리라’의 구절이 들어간 외국곡인 ‘엘도라도’를 팀 응원가로 애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프로야구 응원계를 강타한 저작권 사태로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됐다.

이에 삼성의 김상헌 응원단장이 직접 나섰다. 저작권 때문에 쓰지 못하는 거라면, 해마다 비싼 저작권 사용료를 내고 쓰는 거라면 차라리 직접 만들어서 라이온즈의 자산으로 평생 쓸 수 있게 하자고 하면서 팔을 걷어붙였다. 김상헌 응원단장은 ‘허니크루’라는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팬들과 함께 음향 업체의 도움을 받아 곡을 탄생시켰고, 결과적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김상헌 단장은 구단의 지지 속에 자작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팀 응원가부터 선수 개개인의 응원가까지, 바쁜 시즌 가운데에도 김 단장은 작사와 작곡 작업으로 쉴 틈이 없다.

음악에 문외한이었던 그. 어떻게 이렇게 응원계를 강타한 ‘명곡’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김상헌 응원단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근 삼성 응원가에 대해 호응이 좋다. 대부분 자작곡이라고 들었는데 대단하다.

감사할 따름이다. 자작곡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고, 저작권 등 문제가 생겨서 시작했다. 구단과 상의를 해보니 매년 사용 금액이 크더라. 차라리 그 금액을 자작곡 만드는 데 써서 평생 삼성라이온즈의 자산으로 쓸 수 있게 해보자 했는데 그렇게 하다가 지금까지 오게 됐다.

▶ 자작곡인데 퀄리티가 굉장히 좋다.

혼자 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 업체와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새롭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는데 작업을 굉장히 잘해주셨다. 그러다가 그 뒤로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고민을 하다가 마침 개인 방송을 하고 있던 도중에 음악을 전공하시고 음악계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팬들과 함께 곡을 만들 기회가 생겼다. 일이 잘 풀렸다.

▶ 응원가로 앨범도 냈다고 들었다.

저작권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내게 됐다. 원래는 저작권 없이 다른 스포츠나 외국에서 들어보고 괜찮으면 사용하게 하려고 했는데, 만약 그쪽에서 저작권을 등록하게 되면 오히려 저희가 저작권을 내주고 못쓰는 상황이 되니까. 구단에서도 ‘저작권을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해서 추진했다. 그런데 저작권을 등록하려면 앨범을 내야 한다 하더라. 그래서 앨범을 내게 됐다. 앨범에 올린 곡은 22곡정도 된다. 모두 응원곡이고, 클래식이 기본이 됐던 곡들은 뺐다.

김상헌 응원단장. 윤승재 기자
▶ 유튜브 개인 채널에서 팬들과 소통하면서 곡을 만드시던데.

처음엔 유튜브가 아니라 아는 사람들하고 밥 먹으면서 노래 틀어주고 평가를 받았는데, 지인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 응원가가 원정 가서 응원단 없이 부르기 힘들다는 말에 가만히 앉아서 흥얼거리다보니 진짜 그렇더라. 그래서 이런 점을 보완해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팬은 몇 만 명이 있는데 열 명한테만 평가를 받는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유튜브를 활용했다. 유튜브는 팬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 응원가 피드백도 받고 지금 함께 작업하시는 분들도 만나는 기회가 됐다. 처음에는 나 혼자 해보려고 사비 300만원을 털어서 여러 장비를 샀다. 그런데 아는 게 없다보니까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가 이 두 분이 도움을 주시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

이렇게 ‘허니크루’를 결성하게 됐다. 제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멜로디만 흥얼거리면 그걸 음악으로 만들어주시는 분들이다. 그 두 분에게는 정말 감사하다. 그분들이 안 계셨다면 여기까지 못 왔다고 생각하고, 본업도 아닌데 오로지 팬심으로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 원래 음악에 대해 잘 아는 편이었나?

문외한이다. 그냥 응원 쪽 일을 20년 가까이 하다보니 응원에 맞는 멜로디를 잘 아는 것뿐이다. 허니크루 식구들이 멜로디는 제가 잘 만드는 편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작곡에 제 이름이 올라와 있는 거고, 그분들은 편곡으로.

▶ 응원가 만드는 데 어떤 것들을 참고하나.

다양한 곡을 많이 듣는다. 신나는 거든 발라드든 뭐든 많이 듣는 편이다. 응원가는 힘이 나야 하니까 장르로 치자면 락을 더 많이 듣는다.

▶ 2017년 프로야구 응원계를 강타한 저작권 사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그 때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자작곡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도전 아닌 도전이 됐다. 처음에 고민이 많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매일 야구장 와서 들었던 곡들을 들을 수 없고 생소한 음악을 들어야 하니까. 구단도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팬들도 이해해주셨고 1년 정도 지나니 익숙해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 처음엔 머리도 많이 빠지고 그랬다. 그런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무게감이 생겨서 최근에 머리가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웃음).

일명 '짭도라도'는 김상헌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이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부른다. 윤승재 기자
▶ 저작권 때문에 아쉽게 들리지 못한 노래가 있지 않나. 엘도라도라고. 그런데 그에 준하는 곡을 만드셨다. 팬들 사이에서는 ‘짭도라도’(가짜+엘도라도)라고 불리는 곡이다. 이름이 조금 그렇긴 하지만 그만큼 그에 준하는 웅장하고 좋은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그렇게 불리니 영광이다. 그 노래가 맨 처음 작업할 때 나온 노래다. 원래 이원석 선수 응원가로 낼 생각이었는데 편곡을 하다 보니 선수 응원가를 뛰어넘는 스케일이 나와서.. 엘도라도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편곡한 것도 있다. 1,2년 지나면서 정착이 되니까 좋아해주시는 것 같고, 이번에 모 광고로 나오면서 인기가 더 많아졌다,

이 곡은 음향 업체에서 해주셔서 저작권 등록할 때 이분들 이름으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업체 대표님이 등록을 할 생각이 없다고 하시더라. 작사는 원래 제가 했으니 제 이름으로 올려라 라고 해주셔서 제 이름이 올라갔다. 다 제가 한 게 아니다. 다시 한 번 그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

▶ 유튜브에서는 ‘외쳐라 삼성’이라고 돼있는데, 가제라고 붙어있다. 짭도라도의 정확한 곡명이 뭔가?

그냥 팬분들이 편하신 대로 부르셨으면 한다. 제가 제목을 딱 정하고 만든 곡은 올해 만든 투게더 한 곡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곡에 대해 질문하면 정확한 제목이 없어 저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 뒤로는 제목을 정하고 곡을 만들고 있다. 짭도라도의 정확한 제목은 개인적으로 처음 지어진 ‘외쳐라 삼성’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 선수 응원가 이야기를 해보자. 강민호 응원가를 만들 때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다.

강민호 응원가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이적 이후 강민호 응원가가 아직 안 나온 때였다. 그런데 사직 롯데전에서 팬 한 분이 롯데 시절의 응원가를 삼성으로 바꿔서 부르시는 일이 있었다. 여기에 다른 분들까지 따라 부르시면서 일이 커졌다.

그 때 저는 당시 그 자리에 없던 상황이었다. 사무실에서 다음 곡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메시지가 오더라. ‘뭐하는 짓이냐’, ‘응원단장이 팬들 통제를 잘 못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 아니냐’ 등등. 그 때 롯데 강민호 응원가를 만드셨던 롯데 조지훈 응원단장님이 현장에서 마이크로 원정석에 자제해달라고 요청까지 했다고 들었다.

일단 제가 그 자리에는 없었지만 응원가를 빨리 못 만들어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그날 빨리 사과문을 올리고 다음날 사직구장을 찾아갔다. 응원단장님 직접 뵙고 사과드렸더니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때가 강민호 응원가가 3분의 2 정도 나왔을 때였는데, 더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다. 일단 MR을 먼저 만들고, 제작비 없으면 없는 대로 빨리 발표하자. 그렇게 만들고 영상을 공유해서 나온 게 강민호 선수 응원가다.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선수와 팬들 다 좋다고 하시고, 비 온 뒤에 땅이 굳었다고 생각이 든다.

김상헌 응원단장과 강민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 응원가가 여러 번 바뀐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고충이 많을 것 같다.

팬분들이 싫다고 하시면 바로 바꾸는 게 맞다. 응원가는 팬분들이 불러주시는 곡이기 때문에 팬분들을 위해서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응원가를 만들고 싶은데, 지금 하는 유튜브도 개인방송이다 보니까 다 함께 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 만든 곡 중에 마음에 드는 곡이 있나?

제가 만들었고 제가 참여를 해서 만들어진 곡들이라 다 좋다. 굳이 꼽자면 ‘승리의 라이온즈'를 좋아한다. 이것도 100% 자작곡이 아니고 모티브가 되는 곡이 있다. 하지만 저작권이나 표절을 피해간 곡이다.

그런데 음악을 잘 모르니까, 원곡과 이 곡을 비교해서 들었을 때 원곡이랑 거의 똑같다. 그런데 전문가에게 여쭤보니 저작권에 안 걸린다고 한다. 솔직히 처음 만들었을 때 잠을 못 잤다. 팬분들이 원곡을 찾아오셔서 맞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럼 맞다고 인정한다. 저도 똑같다고 얘기하는데 전문가들이 아니라고 해주신 곡들이니까...

그래도 그 후부터는 더더욱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아무리 모티브가 되는 곡이 있더라도 4마디 이상 부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아직 만들고 있는 응원가가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만들고 있나.

아직 응원가가 만들어지지 않은 선수가 4명 정도 있다. 한 군데에서만 하면 음악이 너무 편향 될 것 같아서 올해는 기존 음향 업체에 허니크루 편곡에 또 새로운 업체랑 두세곡을 같이 하기로 했다. 보컬분이 굉장히 좋다. 그래서 이번에 나오는 음악들은 굉장히 무게감이 있다.

▶ 긴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하다. 응원단장님 덕분에 응원가에 대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라이온즈 팬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요즘 선수들 힘낼 수 있게 많은 분들이 야구장에 찾아와주신다. 아시다시피 이제 더운 여름이 오고 있지 않나. 삼성라이온즈의 계절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더 많은 분들이 야구장으로 오셔서 목소리를 내주셔서 우리 선수들이 힘이 될 수 있게, 또 승리할 수 있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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