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10월말 취임식때 “(플레이오프 진출)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10위 롯데’는 굳어진 상태여서 이는 ‘전혀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는 개막후 한달 보름만인 지난 8일, 3621일만에 꼴찌로 추락(30경기 기준)해 홈팬들의 원성을 산데 이어 최근 1승 9패로 9위 기아에 3.5게임차나 뒤져 ‘동네북 신세’가 됐다. 아직 시즌 종료까지 91경기가 남아 있지만 승수(18승)가 패수(35패)의 거의 절반에 달하고, 5위 LG에 10.5경기나 뒤져 5강 진입은 요원한 상태다.

최근 5년간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만 500억원 이상을 쓴 롯데가 왜 이처럼 망가졌을까. 롯데는 2008년 이후 1군에 데뷔한 키움, NC, KT를 제외한 7개팀중 가장 오랜 기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롯데는 1992년 이후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는데 한화(1999년), LG(1994년)보다 더 긴 26년간 ‘무관의 신세’에 빠져 있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그룹의 무관심이다. 프런트의 수장을 그간 야구와는 전혀 다른 계통인 유통회사 대표, 홍보 전문가, 언론인 출신 등으로 선임하다보니 단기 전략은 물론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해 팀이 중심을 못잡고 있다. 전력 수급의 효율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거액의 돈으로 ‘땜질 처방’을 일삼다 보니 포스트시즌 진출은 늘 남의 일이 되고 있다.

가장 취약한 포수진 보강을 위해 지난 시즌이 끝난뒤 두산 양의지를 잡아야 했으나 그간 헛돈을 너무 많이 쓴 관계로 ‘영입전’에 뛰어들 엄두조차 못냈다. 그렇다면 왜 외국인 포수 영입을 생각못했을까. 2루수 전문인 아수아헤는 수비도 국내 선수 수준이고 공격력도 뛰어난게 없다. 미흡한 외국인선수 선발 시스템이 너무나 어이가 없어 보인다.

포수는 나종덕, 안중열, 김준태를 돌려 쓰고 있지만 타율은 모두 ‘0.150~0.176’에 불과하고 팀 폭투(48개)가 삼성(16개)의 3배나 돼 승리를 헌납하다시피 하고 있다. 폭투는 투수의 잘못이 크긴 하지만, 포수의 책임도 40~50%에 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롯데 양상문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포수 육성은 왜 제대로 못했을까. 2017시즌후 강민호의 이적을 일찌감치 예상해 트레이드로 보강을 하든지, 포수 전문 코치를 데려와 1~2년내 양성했어야 했다. 넥센(현 키움)은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해외 진출에 미리 대비해 김하성을 육성했고, 두산은 포수 양의지의 혹시 모를 이적을 예상해 박세혁을 짧은 시간에 주전 포수로 키워내 전력 누수를 완벽히 차단했다. 스토브리그때마다 사장, 단장, 감독은 뭘 했는지, 또 연이은 성적 부진에 대해 왜 그룹에서는 정밀 진단을 안하는지 의아스럽기 까지 하다.

투수진이 형편없이 약한 것은 프런트와 양상문감독의 공동 책임이다. 송승준(39)과 윤길현(36)의 노쇠화는 웬만한 롯데 팬들은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10승 투수급인 노경은을 놓쳤다. 손승락(37)은 2016년 롯데에 온 이후 20-37-28세이브를 거뒀지만 매년 10경기 안팎의 블론세이브로 아슬아슬한 경기가 많았다. 특히 풀카운트 승부가 많은 탓에 소방수로서의 역할은 힘에 부친 모습이었다.

양 감독은 지난 5일에야 ‘손승락의 현실’을 인정하고 9회가 아닌 7~8회에 내보내고 있다. 스프링캠프때 진작 임무를 조정했어야 했다. 프런트 역시 투수력 바닥을 절감, 지난 시즌후 FA 영입, 트레이드 등으로 마운드를 보강해야 했으나 손을 놓다 시피해 올시즌 부진을 자초하고 있다.

투수 전문가인 양상문 감독의 능력에 의문부호를 갖는 팬들이 많다. 양 감독은 LG 감독과 단장시절 타팀, 특히 고향팀인 롯데의 전력에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마운드의 노쇠화는 불을 보듯 뻔했는데도 지난해 10월말 취임후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거치며 제대로 대처를 못했음이 현재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마운드, 방망이, 주루, 수비 등 총체적 난국은 양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책임이 크다. 양 감독은 보름전엔 트레이드설을 공공연하게 흘려 팀 분위기를 흔들어 놓기도 했다.양 감독은 롯데의 감독 제의에 덥썩 수락을 했을게 아니라 요구 조건을 구단에 까다롭게 제시해 전력 보강을 웬만큼 이뤄야 했었다.

롯데 양상문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오래전 이야기지만, 김성근 감독은 1988년 9월 ‘만년 꼴찌’ 삼미 슈퍼스타즈를 인수한 태평양으로부터 감독직을 제의받자, 21개에 달하는 전력 보강책을 제시해 이를 실현, 이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대이변을 이뤄냈었다(당시 태평양을 담당하던 필자가 일본어로 쓰여진 21개 요구조건의 목격자).

그러면 롯데에 어떤 처방이 내려져야 할까. 기아는 김기태 감독의 사퇴 후 박흥식 대행체제에서 무려 8승 1패의 신바람을 내고 있다. 그렇지만 롯데로서는 감독 교체가 능사가 아니다. 마땅한 ‘대행감’이 없기 때문이다.

27일은 휴식일이지만, 프런트-코칭스태프-선수단이 저녁에 한자리에 모여 ‘난상토론’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개선책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수 있다. 혹은 경기후 원정숙소에서 시간을 만들어도 상관없다. 끝없는 부진에 리더십이 흔들리는 양감독의 심적인 부담감을 덜어주고 선수들의 단합력을 단기간에 높이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또한 그룹에서는 야구단 운영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여를 해야 한다. 1987년 삼성이 해태에 한국시리즈에서 4전패를 당하자 ‘서슬이 퍼렇던’ 그룹 감사실에서 전격적으로 업무 감사를 실시한 전례를 본받아도 좋다.

롯데는 8개팀으로 운영되던 2000~2007년 5-8-8-8-8-5-7-7위의 부진을 거듭하자 최초의 외국인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감독을 전격 영입해 3년간 3-4-4위의 반등을 이룬바 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그룹 회장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FA 영입에 들이는 80억원은 연봉 4000만원 선수를 200명 육성시킬수 있는 큰 돈이다. 구단으로서는 투자대비 효율성을 언제나 저울질해야 한다.

‘롯데가 이겨야 집구석이 조용하다’는 피켓을 들 정도로 눈물겹게 열성적인 롯데 팬들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이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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