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모습. 윤승재 기자
[스포츠한국 대구=윤승재 기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덕아웃 냉풍기가 가동을 시작했고, 관중들은 대부분 한 손에 부채 혹은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날은 더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체감온도 32도의 무더운 날씨지만 시원한 바람도 간간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줬다.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려는 팬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날벌레들이 기승을 부리며 관중들을 괴롭혔다. 수많은 날벌레들이 응원석을 멤돌며 관중들의 코끝을 간지럽혔고, 관중들은 날벌레들을 쫓느라 제대로 된 응원을 진행하지 못했다.

부채와 휴대용 선풍기는 더 이상 더위를 쫓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오히려 날벌레를 쫓기 위한 파리채에 가까웠다.

날벌레의 공격에 못 이겨 손으로 얼굴을 한번 훑으면 수 마리의 날벌레 사체가 묻어 나온다. 윤승재 기자
응원단상 앞인 블루존은 더 심각했다. 몇 초만 가만히 있어도 얼굴에 날벌레들이 덕지덕지 붙을 정도로 수많은 날벌레들이 저공비행을 하고 다닌다. 간지러워 손으로 얼굴을 훑으면 손바닥에 수마리의 날벌레 사체가 묻어 나온다.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쫓아내긴 하지만 정상적인 응원은 물론, 야구장의 꽃인 간식거리도 제대로 챙겨먹기 힘들다.

결국 관중석에는 전기파리채까지 등장했다. 라이온즈파크 응원에 노하우가 생긴 몇몇 팬들은 아예 전기파리채를 들고 와 날파리들을 쫓아냈다.

덕아웃도 마찬가지, 이닝 교체 때 전기파리채로 덕아웃 날벌레들을 쫓아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쫓아내도 계속 달라붙는 날벌레들을 완전히 퇴치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등장한 전기파리채. 덕아웃에도 등장했다(맨 오른쪽). 윤승재 기자
삼성 구단도 날벌레 퇴치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경기 도중 날아다니는 날벌레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주변에 숲과 저수지가 있다 보니 날벌레들이 많이 꼬인다. 매번 방역은 하고 있는데 경기 중에 날파리가 꼬이는 건 손을 쓰기가 조금 어렵다”라고 전했다.

물론 날벌레의 온갖 방해에도 꿋꿋이 응원에 열중하는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앉아서 응원하는 수비 이닝 때는 그야말로 고역이다. 더위가 아닌 날벌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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