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지난 2015시즌부터 올해 초까지 팀을 이끌었던 김기태 감독이 야인으로 돌아갔다. 타이거즈는 결코 쉬운 팀이 아니다. KBO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팬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그래서 팬들의 비난을 쉴새 없이 받았다. 그래도 결과를 냈다. 김 감독 시절에 타이거즈는 가을야구를 세 번 나섰고, 그 중 한 번은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결과로 말하는 프로 세계에서 김 감독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 중심에 있던 것이 바로 베테랑 선수들이다. 대표적으로 이범호와 김주찬 등이다. 나지완이나 최형우, 윤석민 등 기타 다른 선수들도 이에 포함이 된다. 이들은 팀 우승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특히 이범호와 김주찬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KIA의 우승은 불가능 했다. 두 베테랑의 커리어 하이 활약이 있었기에 다른 젊은 선수들도 부담을 덜고 패기 넘치게 뛰어다녔고 팀에 이바지 했다.

하지만 우승 직후, 2018시즌부터 베테랑은 서서히 내리막을 걸었다. 팀도 디펜딩 챔피언에서 5위에 그쳤다. 우승 이후, 그저 하던대로 또 하면 될 것이라는 안일했던 마음이 컸다.

선수들의 마음을 최대한 감싸주고 모든 것을 혼자서 책임지고 안고 가는 스타일인 김기태 감독의 방식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독이 된 셈이었다. 그렇게 2019시즌, 베테랑은 와르르 무너졌고 성적을 감당하지 못한 김 감독은 떠났다.

이 정도로 빨리 무너질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이범호는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나지완과 김주찬 역시 1, 2군을 오고 가며 고생 중이다.

김주찬, 이범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상황은 더욱 쉽지 않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베테랑이 있으면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나지완과 김주찬이 타석에 있으면 상대가 느끼는 것이 확실히 다르다"라면서 한 차례 더 베테랑 선수들에 기회를 주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진짜는 그 다음이다. 박 대행은 "하지만 어렵다 싶으면 가차없이 냉정하게 할 생각이다. 대략 7~8월 정도면 팀 방향성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라고 멘트를 정리했다.

기회는 주되, 안되면 냉정하게. 기간도 전반기까지. 정리는 필연적, 리빌딩은 피할 수 없는 기조. 이제 베테랑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전 김 감독에게 듣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멘트다. 하지만 이제 김기태는 없다.

어차피 팀은 계속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 세대교체가 없다면 타이거즈의 미래는 없다. 지금 타이거즈 베테랑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 그리고 팀 중심 잡기다.

이미 5위 LG와의 승차는 10경기다.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4년 연속 가을야구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베테랑 선수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팀도 팀이지만 본인이 살려면 해야 한다.

그리고 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시간을 구단이 기다려주기 위해서는 베테랑이 버텨내야 한다. 베테랑이 현재 해야 할 일이다. 이범호나 김주찬도 모르는 사실이 아니다.

말 그대로 기로다.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베테랑 선수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허허벌판 광야에 나온 타이거즈 베테랑이 이제 기로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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