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흥식 KIA 감독 대행.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베테랑은 경험이 많다. 변수가 생겨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루틴을 지킨다. 젊은 영건은 패기가 넘친다. 분위기를 타면 무섭다. 반대로 말해 분위기에 쉽게 눌린다.

KIA는 리빌딩을 진행 중이다. 영건이 대거 1군에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성적은 벼랑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리그 최하위에서 허덕이고 있다.

스스로 살아남는 것도 벅찬데, 팬들의 비난까지 쏟아지니 영건들은 마음의 부담이 크다. 경기력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가 지난 4월 16일부터 현재까지 9연패, 5연패, 6연패, 말 그대로 연패 타이거즈였다.

우울했던 타이거즈 영건, 그래도 조금이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는 느낌이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10안타를 쳐낸 팀 타선과 마운드의 조화를 앞세워 6연패를 끊고 간만에 승리를 거뒀다.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성적에 대한 책임을 김기태 감독이 혼자서 전부 안고 떠났다. 심리적으로 위축,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영건 입장에서는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가 미안하고 슬프고 씁쓸하다.

동시에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벗었다. 대행 체제가 됐으니 올해 성적은 밑져봐야 본전이다. 남은 이들은 마음이 아프지만, 김 감독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의 사퇴가 역설적으로 팀 영건 선수들에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아준 셈이 됐다.

또 하나는 빠른 코치진 개편이다. 현재 1군에서 뛰고 있는 젊은 선수들은 대부분 퓨처스리그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이들은 작년부터 퓨처스 팀을 맡은 박흥식 감독 대행과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퓨처스 코칭스태프와 긴밀한 관계였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영건 입장에서 전쟁터 1군에 있는 코치들은 상대적으로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2군에 있던 코치들은 익숙하다. 대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빅흥식 KIA 감독 대행. 스포츠코리아 제공
감독이 나갔으니 선수들의 안정화가 최우선이었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빠르게 움직였다. 김 감독 사퇴 후, 곧바로 코칭스태프 개편에 나섰고 2군에 있던 코치들과 1군에 있던 코치의 자리를 바꿨다.

1군에 있던 강상수 투수 총괄코치와 이대진 코치, 쇼다 코우조 타격코치를 퓨처스로, 퓨처스에 있던 정성훈 타격코치와 앤서니 르루 투수코치가 1군으로 불렀고 동시에 김민호 코치가 수석에 임명됐다.

실제로 김 감독이 사퇴를 하고 난 뒤, 곧바로 치른 경기가 16일 대전 한화전을 앞둔 타이거즈 선수들의 표정은 생각만큼 어둡지 않았다. 코치들이 분위기를 화기애애 하게 만들고자 애를 썼다.

대표적인 예로 중견수 이창진이 치명적인 실책을 허용하며 2실점 빌미를 제공했지만 덕아웃에 돌아온 이창진을 정성훈 코치가 토닥토닥 안아주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선수 시절 정성훈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부담을 덜고 익숙한 코칭스태프와 함께 경기를 치른 영건은 6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100%는 아니어도 나름대로 팀이 수습이 된 느낌이었다.

17일 경기에서는 비록 졌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KIA가 정말 반등을 원한다면, 관건은 안정감 유지다. 아직 100경기 정도 남았다. 박 대행의 말대로 포기하기엔 한참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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