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KIA 감독대행.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대전=김성태 기자]2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우승을 이끌었던 감독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성적에 대한 책임이 이유다. 야구는 계속 되어야 한다. 타이거즈는 자리에서 물러난 김기태 감독의 빈 자리를 채우고자 박흥식 감독 대행을 택했다.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전을 앞두고 박흥식 대행이 처음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17년 팀 우승 당시에 타격코치로 있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는 퓨처스리그 감독직을 맡고 있었다. 간만에 돌아온 1군이었다.

이날 대전을 찾은 여러 취재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박흥식 대행이었다. 야구판에서 잔뼈가 굵은 박 대행이지만, 1군 감독 대행은 처음이다. 경기장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다소 상기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타격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 곁으로 향했다.

박 대행이 그라운드를 밟자, 사진기자들의 플래시와 셔터 소리가 촤르르 촤르르 났다. 현장에 있던 다른 취재진의 시선도 그를 향했다. 이날 1군 타격 코치로 올라온 홍세완 코치 옆으로 간 박 대행은 몇 마디를 나누고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옆에는 함께 퓨처스리그에서 선수를 지도를 했던 정성훈 코치가 박 대행을 보좌하고 있었다.

한편, 관람석 쪽에서는 조계현 단장이 앉아서 팀 훈련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었다. 구단 관계자와 몇 마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로 조 단장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단장으로 끝까지 책임을 갖고 팀 분위기를 추스리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표정은 좋았다. 함께 웃기도 하고, 진지하게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물론 팀이 6연패에 빠졌고, 감독이 나간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좋은 분위기가 될 수 없었지만, 의식적으로 이를 떨치려는 듯, 선수들은 더욱 긍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이날 1군에 올라온 내야수 최원준과 새 외인 터커의 모습도 보였다.

팀 4번이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최형우가 배팅 케이지 뒤에서 훈련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 대행은 최형우 옆으로 슬쩍 가더니 격려의 이야기를 건네는 듯 했다. 최형우도 슬며시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시간이 된 후, 박흥식 대행이 덕아웃으로 왔고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박 대행은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닌,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긴장은 되지만, 부담은 없다. 소신껏 하겠다"며 "저는 공격적인 야구를 지향한다.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다. 패배의식을 벗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짐했다.

조계현 KIA 단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최형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흥식 감독 대행. 스포츠코리아 제공

최형우의 훈련을 돕고 있는 정성훈 코치.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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