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우승 감독 조범현-김기태.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우승 감독’ 김기태 감독이 뜨거운 눈물과 함께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김기태 감독은 16일 광주 KT전을 앞두고 감독직을 내려놨다. 지난 15일 KT전에서 패한 뒤 김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했고, 구단은 고민 끝에 김 감독의 사의를 수용했다.

우승 감독의 안타까운 마무리였다. 2017년 KIA를 8년 만에 KBO 최정상 자리에 올려놓은 김기태 감독은 불과 1년 5개월 만에 시즌 도중 사퇴 불명예를 안아야만 했다.

이로써 KIA는 우승 감독 잔혹사를 끊어내지 못했다. 지난 2009년 팀의 열 번째 우승을 일궈낸 조범현 감독이 2년 만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것이 그 시초다.

2009년, 12년 만의 우승 이후 KIA는 별다른 전력 누수 없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삼성과 SK에 이어 또 하나의 왕조를 구축할 거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2010년 16연패라는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우승 1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전반기를 1위로 마친 2011년에는 후반기 극심한 부진으로 간신히 4위에 올랐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낙마했다. 결국 V10 우승 감독 조범현은 시즌 종료 후 자진 사퇴했다.

김기태 감독도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 2017년 우승 후 2018년 우승 멤버 그대로 새 시즌을 맞이했으나 마운드 붕괴로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후반기 뒷심을 발휘하며 5위에 올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으나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고 바로 떨어졌다.

2019시즌은 더 최악이었다. 시즌 초반 3할의 승률을 보이며 하위권에 맴돌던 KIA는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결국 김기태 감독은 5월 16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해서 감독직을 내려놨다.

우승 이후의 행보가 아쉬웠다.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 우승 멤버만을 믿고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 두 감독이 단년 우승에 그친 이유였다. 예기치 못한 부상과 부진이 왔을 때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며 실망스런 행보를 이어갔고, 결국 팬들의 맹렬한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두 감독 모두 우승 감독으로 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지만, 왕조 구축에 실패하며 씁쓸한 이별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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