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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리빌딩도 우승도, 그 어떤 것을 하더라도 견딜 수 없는 자리가 됐다.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16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T와의 경기를 앞두고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 15일 KT전 패배 후, 마음을 먹고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힌 김 감독은 16일 경기까지 지휘봉을 잡은 후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17일 대전 한화전부터는 퓨처스 박흥식 감독이 대행 체제로 팀을 맡게 된다.

김 감독은 사퇴가 결정이 된 후, "팀을 위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며 "팬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고, 그동안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라며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13시즌, LG에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선물했던 김 감독은 2014시즌에 자진 사퇴를 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후 그가 새롭게 찾은 둥지가 바로 KIA였다. 광주서림초-충장중-광주제일고-인하대 출신의 김 감독에게 타이거즈는 선수 시절부터 가장 뛰고 싶었던 고향팀이었다.

비록 선수로는 뛰지 못했지만 2015시즌, 선동열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타이거즈 제8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김 감독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하나의 꿈을 이뤘다. 최선을 다했다.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7위에 머물며 가을야구 입성에 실패했지만,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2016시즌, 치열했던 다툼 끝에 5위 막차로 가을야구 티켓을 따낸 팀이 바로 KIA였다. 경쟁 팀이었던 SK와 한화 등을 제치고 기적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입성했다.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명승부를 남겼다. 비록 1승 1패로 패하며 2경기 만에 가을의 꿈을 접었지만 타이거즈는 희망을 봤다. 팀이 대거 투자를 감행했다. 100억을 주고 최형우를 데려오며 리그 정상급 전력을 갖추게 된 타이거즈는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그렇게 리그 최고의 강팀이라 불린 두산마저 제압하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만나 4승 1패로 완승을 거두며 팀의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 시절에 단 한 차례도 우승을 경험한 적이 없던 김기태 감독은 우승 직후, 펑펑 울었다. 평생의 소원을, 그것도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우승을 친정 고향팀에서 이뤘다.

왕조가 다시 부활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8시즌, 팀은 5위로 시즌을 마쳤다. 기대 이하의 성적이었지만, 김 감독은 그래도 팀을 3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2000년대 이후 타이거즈라는 팀에 3년 연속 가을야구를 선물한 사령탑은 역대 감독 가운데 김응용, 그리고 김기태가 유이하다.

하지만 지나간 우승, 지나간 가을야구에 불과했다. 임창용 방출로 인해 방아쇠가 당겨딘 김기태 감독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지며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리빌딩 시즌을 쳔명, 올해 팀을 탈바꿈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주축인 베테랑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와르르 무너졌다.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그렇게 9연패로 팀은 최하위로 추락했고 전날 KT전에 패하면서 김 감독은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끝내 자진 사퇴하게 됐다. 3년 연속 가을야구를 팀에 선물했고 타이거즈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감독이다. 김응용, 조범현 외에 타이거즈 우승을 경험한 감독은 김기태 뿐이다. 하지만 우승을 해도 쫓겨났다. 타이거즈 사령탑은 그 누가 와도 버티지 못하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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