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는 2009년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중 불륜 문자를 들키고는 아내를 피해 차를 타고 달아나다 집앞 소화전을 들이받고 혼절했다. 그리고는 이듬해 이혼을 당했다.

그는 2015년 마스터스 공동 17위 이후 메이저대회인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에서 연속 컷탈락했다. 이후 네차례의 허리수술, 한차례 무릎 수술로 선수생활 중단의 위기에 까지 몰렸다. 2017년 6월엔 집 인근 도로에서 약물에 취한 채 자동차 운전대를 잡았다가 발견돼 체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즈는 섹스중독증과 약물 스캔들, 부상, 이혼 등 갖은 어려움을 내고 지난달 마스터스에서 14년만에 우승, 전세계 골프팬들을 열광시켰다. 우즈는 기적같은 재기 덕분에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미국 최고 영예인 ‘자유 메달’을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

우즈가 눈물겨운 재활과 훈련으로 멋진 재기를 만들어 냈지만, 과연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여론의 뭇매를 수없이 맞아 재기의 의지가 무참히 짓밟혔을 것이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경우가 이를 잘 말해준다. 선감독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후 감독직에서 쫓겨났다. 이는 감독의 자질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선수 선발 과정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고, 급기야 정치인까지 끼어들어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는 수모끝에 ‘강제 사퇴’를 당하다시피 했다.

당시 야구인들은 영웅을 키우기보다는 상처내고 주저앉히는데 능숙한 사회의 풍토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한화 ‘이용규 사태’를 되짚어보자. 이용규 사태는 우즈, 선감독과 상황이 분명 다르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 중견수를 대표하던 선수의 생명 단축과 관련해 너무 냉혹한 일이 벌어지는데 대해 일부 야구인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용규(34)가 경솔하고 무책임한 행위를 한 것은 틀림없다. 이용규는 시범경기 개막 하루전인 3월 11일 감독과 구단에 느닷없이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 타순(9번)과 수비 위치 변경(좌익수)에 반기를 들었던 것. 이에 구단은 “팀의 질서와 기강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구단 최고 징계인 무기한 참가활동정지에 처했다.

이용규는 현재 대전의 모 고등학교에서 자숙을 하며 개인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기용 여부는 오로지 구단의 판단이지만, 얼마전 이용규가 구단에 깊은 사과를 표명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프로야구단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고 7개월간의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전쟁을 치르다시피 한다. 그런데, 유능한 선수를 사장시키고 타구단 이적(트레이드)도 용납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몰인정한 처사로 보인다.

더구나 현재 한화는 주전 외야수 요원중 정근우는 공수에서 제몫을 못하고, 양성우는 부상을 당해 이용규의 출전이 절실한 입장이다. 이용규가 고개를 숙였을 때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였으면 모양새가 좋았을법 했다.

한화와 달리 키움은 성추문에 시달렸던 조상우(투수)와 박동원(포수)을 흔쾌히 받아들여 시즌 개막부터 전체 전력을 차질없이 잘 유지하고 있다. 조상우는 13일 현재 14세이브(1승1패)를 기록, 팀이 3위 LG에 승차없이 따라붙는 4위를 차지하는데 일등공신 노릇을 하고 있다.

한화는 5위 NC에 4.5경기나 뒤진 6위에 처져 이용규의 합류가 다급한 실정이다. 이용규 사태는 이제 명분이냐, 실리냐로 좁혀지고 있다. 이쯤이면 연고 팬들의 여론이 궁금하다. 한화 구단은 프런트 고위급이 판단할게 아니라 신속히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용규 문제를 매듭짓는게 현명해 보인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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