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똑같은 음주운전 접촉 사고를 일으켰지만 처우는 달랐다. KT 강민국과 이제는 전 SK가 된 강승호의 이야기다.

강승호는 지난 22일 새벽 음주 운전 중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당시 강승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9%로,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강승호에게 90경기 출장정지에 제재금 1,000만원, 사회봉사활동 18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음주 운전 항목에 의거해 해당 징계를 내렸다. 이후 SK는 KBO 측에 강승호의 임의탈퇴 공시를 신청하며 강경 대처했고, KBO는 26일 바로 강승호를 임의탈퇴 처리했다.

SK 강승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지만 공교롭게도 강승호가 임의 탈퇴 처리되던 날,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또 한 명의 이름이 언급됐다. KT의 강민국이 출전 정지 기한 종료가 다가오면서 경기 출전을 눈앞에 두게 된 것.

강민국은 NC 소속이었던 지난 2014년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와 함께 4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채 2018년 KT 홍성무와 트레이드 돼 팀을 옮겼고, 이 과정에서 NC가 강민국의 음주운전 이력을 숨긴 채 트레이드 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KBO는 2018년 11월 27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강민국에 30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현재, 2019시즌 KT가 29경기를 소화하면서 강민국의 복귀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강승호의 사례와 비교해봤을 때 징계 경중이 확연히 다르다. 출전 정지 경기 수만 봐도 강승호(90경기)가 강민국(30경기)보다 세 배가 더 많다. 음주 접촉 사고에 면허 정지 행정 처분을 받은 것도 같지만, 리그에선 강승호가 더 높은 징계를 받았다.

징계 정지 해제를 앞두고 있는 KT 강민국.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유는 무엇일까. 징계 시점이 다른 것이 컸다. KBO는 2019시즌을 앞두고 더 강화된 ‘음주운전 징계 규약’을 발표했다.

2018시즌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3호 항목에 따르면 ‘음주운전 등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실격 처분, 직무정지, 출장정지 등 총재가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하지만 2019시즌 규약은 행위 구분과 징계가 더 세분화돼있는 데다, 징계 내용도 이전보다 더 강화됐다.

해당 규약의 ‘음주운전’ 항목에는 단순 적발과 음주 측정 거부, 음주 접촉 사고, 음주 인사 사고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음주 접촉 사고의 경우 출장정지 90경기와 제재금 5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2018년 징계를 받은 강민국은 상벌위원회의 적절한 처분을, 2019년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강승호는 더 강화된 새 규약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강승호는 이 같은 사실을 구단과 리그에 숨기는 ‘괘씸죄’로 제재금 500만원을 추가로 부과 받았고, 구단으로부터 ‘임의 탈퇴’라는 철퇴를 얻어맞았다.

2018년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내용(위)과 더 세분화되고 강화된 2019년 규약(아래). 윤승재 기자.
물론 이들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음주운전 자체가 타인의 생명도 함께 달린 문제인 만큼 경중을 따질 만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현역 선수들의 이름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

리그에서는 징계 강화, 구단에서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음주운전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을 바꾸려 하고 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너무 늦게 이뤄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같은 음주운전에도 임의 탈퇴 처분을 받는 선수가 있는 반면,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도 생기는 불편한 진실이 KBO에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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