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연패의 그림자가 선수들의 손과 발을 묶었다. 몸이 굳었다. 불운도 불운이지만, 특히나 가장 믿었던 베테랑의 두 번의 치명적 실책으로 인해 팀이 무너졌다.

KIA는 지난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마운드의 난조와 팀 타선의 침묵을 이겨내지 못하고 3-10으로 패했다. 지난 2010년 6월 18일 인천SK전부터 7월 8일 잠실 두산전까지 16연패를 당한 이후에 나온 8연패였다. 김기태 감독 하에서 나온 타이거즈 최다 연패기도 하다.

9년 만의 8연패,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나오지 않아야 할 베테랑 선수들의 실책이 팀 연패에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특히나 베테랑 1루수 김주찬과 유격수 김선빈이 보여준 두 번의 불협화음이 팀을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1회와 5회, 마치 데자뷰처럼 똑같은 장면이 KIA를 사로잡았다. 1회 선발 터너가 이천웅을 만났다.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타구를 만들었는데 2루수 박찬호가 이 공을 잡지 못했다. 우전 안타. 무사 1루.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번 오지환에 1루수 앞 땅볼을 이끌어냈다. 1루수 김주찬이 공을 잡고 2루로 달리는 이천웅을 아웃 시키려고 송구를 했다. 그런데 이 공을 김선빈이 제대로 잡지 못했다. 송구 자체가 엉뚱한 곳으로 빠진 것도 있었지만 완벽한 실책이었다. 1사 1루가 될 상황이 무사 1, 2루라는 치명적 위기로 이어졌다. 실책은 곧 실점이다.

김현수에 볼넷을 내주더니 채은성의 희생타, 유강남의 내야 땅볼 때 한 점을 추가로 내주면서 1회에만 2실점을 내줬다. 여기서부터 이미 경기는 꼬인 셈이다. 그렇게 2회 4실점, 4회 1점을 추가로 헌납하며 0-6으로 점수 차가 늘어났다. 그래도 아직 모른다. 문제는 5회였다.

공을 놓치고 있는 김선빈. 스포츠코리아 제공
거짓말처럼 똑같은 실책이 그대로 나왔다. 선두타자 유강남을 내야 안타로 내보냈다. 무사 1루다. 3번 박용택에 1루수 앞 땅볼을 이끌어냈다. 김주찬이 잡고 이번에는 여유있게 2루로 던지는 듯 했다. 이 공을 유격수 김선빈이 또 못 잡았다. 허탈한 김주찬의 표정, 고개를 들지 못하는 김선빈, 말 그대로 현재 KIA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결국 터너가 흔들렸고 1사 1, 2루에서 폭투가 나오며 1사 2, 3루가 됐고 김용의에 적시타를 내주면서 0-9까지 밀렸다. 끝내 김기태 감독은 6회 1루수 김주찬을 빼고 오정환을 투입했다. 경기 도중에 베테랑 김주찬을 바꾼 것만 봐도 현재 KIA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 이후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3-10, KIA의 8연패다.

리빌딩 시즌이다보니 젊은 야수들이 대거 라인업에 포진이 된 KIA다. 이들은 열정은 넘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좀 더 성장해야 한다. 베테랑 주전 선수들의 그 틈을 채워야 팀이 힘을 받고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 리빌딩의 완성은 결국 베테랑의 든든한 지원 없이는 불가능 하다.

그러나 가장 믿고 신뢰하는 베테랑이 전날 가장 치명적인 실책을 기록했다. KIA가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베테랑의 활약이 절실하다. 경험이 많다는 것은 결국 위기에 강하다는 의미와 똑같다. KIA는 베테랑이 살아야 연패를 끊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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