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초보 감독 시절이었다. 지난 2012년 LG 사령탑을 맡은 김기태 감독은 그 해 7월 3일부터 7월 13일까지 7연패를 당했다. 첫 번째 위기, 자존심이 팍 상했다. 7연패라니. 우천 취소까지 겹치면서 계속 흐름을 놓치고 또 놓쳤던 김 감독은 이를 악물고 작심했다. 그리고 7월 17일 SK전에서 총력전을 불사했다.

선발 김광삼에 이어 외인 투수였던 주키치를 두 번째 투수로 등판, 2이닝을 책임지게 했고 유원상과 봉중근으로 마무리 지으며 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실책과 잔루를 남발하는 답 없는 팀 타선과 부실했던 마운드, 하지만 김 감독은 이겨냈고 7연패에서 탈출했다.

물론 연패로 인해 추락했던 7위라는 순위는 회복하지 못했지만, 이듬 해인 2013년 김 감독은 7월 9일부터 23일까지 7연승을 달리며 반등에 성공했고 2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LG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2012년 7연패의 순간, 마치 죄인처럼 LG 사령탑에 올라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냈던 초보 김기태 감독은 참고 견뎌냈고 결과를 만들었다.

2014시즌,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연패는 아니었지만, 연패만큼이나 심각했다. 2014년 4월 10일부터 16일까지 6연패를 당했고 18일 경기에서 겨우 승리하며 연패를 끊어냈지만 19일과 20일 한화전, 그리고 22일 삼성전에서 연달아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10경기에서 1승 9패. 2014년 4월 22일, LG의 성적은 4승 1무 12패였다. 비난이 쏟아지고 또 쏟아졌다.

그렇게 다음 날인 4월 23일 대구 삼성전, 당시 기자는 햇볕이 따뜻했던 덕아웃에서 다른 취재진과 김 감독을 기다리고 있었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서 당시 9번 이병규가 덕아웃 벽에 '행운의 2달러'를 붙여놓고 팀이 연패를 끊길 기원했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지나도 감독이 안 왔다. 특이한 일이었다. 당시 LG는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일축했다. 좀 늦나 보나 싶었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됐는데, 기자실 맨 오른쪽에 있던 한 기자가 LG 덕아웃을 슬며시 보더니 "김기태 감독이 안 온 것 같은데"라는 말을 했다. 그 순간, 기자실이 술렁였다. 이후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리고 시간이 흘러 김 감독은 타이거즈 사령탑으로 왔고 2015년 7위, 2016년 5위 가을야구 입성,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8년 다시 한번 5위 가을야구에 입성했다.

지난 4년간 김기태 감독은 6연패를 딱 두 번 당했다. 2015년 6연패(8월 26일~9월 1일), 2017년 6연패(8월 17일~25일)다. 2016시즌과 2018시즌은 각각 5연패 두 번이었다. 하지만 타이거즈 사령탑 부임 이후, 올해 처음으로 7연패의 늪에 빠졌다.

지난 4월 16일 사직 롯데전을 시작으로 전날 4월 23일 잠실 LG전까지 7연패를 당했다. 묘하게 2012년이 겹치고 2013년도 겹친다. 7연패, 그리고 4월 23일까지. 어쨌든 보이는 여러 기록을 다 떠나 현재 팀 상황이 너무 좋지 못하다. 리빌딩 시즌이다 보니 구멍이 숭숭 뚫렸다.

에이스 양현종을 비롯해 외인 선발, 임기영과 한승혁까지 선발이 모두 망가졌다. 아픈 김윤동을 중심으로 젊은 불펜진도 제구 난조로 기복을 보였다. 전날 경기에서도 리그 평균자책점 1위인 LG 마운드를 상대로 이빨 빠진 타이거즈 타선이 빵빵 쳐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었다.

부상으로 힘 빠진 주전 야수들과 열정은 넘치지만 기량은 부족한 젊은 야수들까지, 언밸런스 그 자체였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 사면초가, 그야말로 빠져나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7연패, 김기태 감독 커리어에 가장 큰 세 번째 위기가 왔다고 보면 된다.

김기태 감독은 아직 8연패를 당한 적이 없다. 팀도 팀이지만, 이제는 감독 개인의 자존심 문제기도 하다. 이전 LG 시절에 겪었던 두 번의 고비, 한 번은 이겨냈지만 한 번은 이겨내지 못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참고 버텨냈더니 격려와 성공을 얻었다. 포기하고 내려놨더니 비난과 오명만 뒤집어썼다. 이미 학습했다. 김기태 감독이 현 상황에서 해야 할 것은 너무나도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