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혁

두산이 예상을 깨고 잘 나간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에 져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고, 최고의 공격형 포수 양의지(32)가 이적했음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두산을 올해도 정상권 팀으로 지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초반부터 1위를 질주하리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두산은 22일 현재 17승 8패(0.680)로 2위 SK에 한게임 반차로 앞서 있다. 같은 경기수의 지난해(19승 6패, 0.760)보다는 페이스가 다소 늦지만 올해도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를 꿰찰 가능성은 꽤 많아 보인다.

두산은 왜 이리 잘 나갈까? 사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두산은 두가지 핸디캡이 있었다. 첫 번째는 작년 팀 공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타율 0.358, 23홈런, 77타점) 투수 리드에도 으뜸인 양의지가 ‘FA(자유계약선수) 대박’으로 125억원을 받고 NC로 옮긴 것. 공격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했다.

두번째는 그룹의 주력기업인 두산중공업이 ‘탈원전(脫原電)’의 직격탄을 맞아 구단 재정의 어려움이 예상됐던 것.

하지만 양의지 공백은 박세혁(29)을 비롯한 타자들이 잘 메워주고 있고, 재정 지원(협찬)은 구단주인 박정원 그룹회장의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전혀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

선수들을 격려하는 두산 김태형 감독.

선수들이 양의지 공백을 빈틈없이 메워주는 것은 참으로 감탄할 일이다. 양의지를 잡지 못한 건 120억원이 넘는 몸값을 구단이 감당하지 못한데 이유가 있다. 선수들은 구단이 주력 선수를 돈 문제로 잡지 못한데 대해 우려를 표시해 사기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었으나 ‘역발상’으로 오히려 사기가 하늘을 찌를듯하고 있다.

“타구단으로 가면 평생 만지기도 힘든 거금을 손에 쥘 수 있겠구나”라는 새로운 도전 의식이 생겨 온몸을 던지며 승리를 쌓고 있는 것.

최근 몇 년 사이 FA 대박으로 100억원 안팎의 큰돈을 만지는 스타 플레이어가 늘면서 KBO 리그의 모든 선수들이 ‘야구로 부자가 되자!’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중 ‘야구 갑부’의 열망이 가장 뜨거운 팀은 두산이다. 왜? 얼마전만 해도 동료였던 양의지가 무려 125억의 돈벼락을 맞고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두산 선수중 최고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연습과 경기에 임하는 이는 양의지의 자리를 물려받은 박세혁이다. 2012년 1군에 데뷔한 박세혁은 지난해까지 양의지에 가려 ‘땜빵 포수’로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7시즌동안 규정타석을 절반도 못채운 해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팀의 25경기중 24경기에 주전 포수로 나서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타율 3할 6리(20위)에 타점은 키움 박병호보다 1점 많은 13타점으로 공동 24위에 자리잡고 있다. 포수로서는 보기드문 스위치히터의 장점을 살려 지난 18~20일 3경기 연속으로 3루타를 쳐 포수 최초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통산 8번째).

이형범

여기에 이형범(25)이라는 복덩이도 굴러왔다. 두산은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2017년과 2018년 각각 1승에 그친 ‘무명’ 이형범을 데려 왔는데, 대오각성한 그는 22일 현재 4승(2홀드)으로 같은 팀 린드블럼과 다승 공동 1위를 달려 올시즌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물론 두산이 변함없는 강팀으로 군림하는 것은 선수들의 분발 외, 김태형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탁월한 조련, 10개 구단중 으뜸가는 프런트의 힘이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두산은 양의지를 보내며 125억원을 절감하고도 1위를 질주하고 있으니 ‘FA 계약’의 새로운 사례를 제시한 셈이다. 올시즌후 FA 자격을 얻는 대형 선수를 데리고 있느냐, 혹은 과감히 내보내며 남아 있는 선수들을 단합시키느냐? 나머지 9개 구단에 흥미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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